ADVERTISEMENT

생활고 겪는 러시아 교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모스크바 = 김석환 특파원]지난달 17일 러시아 정부가 전격적으로 루블화의 평가절하와 모라토리엄 선언을 내놓은 지 벌써 4주가 흘러가고 있다.

아직까지 상황개선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모스크바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 (CIS)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현지 은행업무의 중단▶급등하는 물가▶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정국 등으로 인해 상당한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재 교민들이 겪는 가장 큰 고통은 현지은행들의 업무가 사실상 정지돼 맡긴 돈이 잠긴 상황이다.

러시아 20대 은행중 하나인 모스트방크에 외화계좌를 개설한 교민 金모 (42) 씨는 "외화계좌에 돈이 2만달러가 있는데 은행이 돈을 내주지 않아 정말 괴롭다.

은행에 가면 기다리라는 말뿐이다. 현지 직원들 월급도 못주고 있다.

독일에 개설해놓은 계좌가 있어 그곳에서 현금을 가지고 와 버티고 있지만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교민 L씨는 "루블은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데 달러를 바꿀 수가 없어 고민이다.

유학생들을 통해 달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겨우 필요한 급전을 조달했지만 루블화가 빨리 안정되지 않으면 계속 손해를 보기 때문에 현재 개점휴업 상황" 이라고 말했다.

반면 루블화의 불안정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현지에 주재하는 주재원 S씨는 오랜 주재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 국영업체들이 운영하는 보석상을 돌아다니면서 재빨리 평소의 3분의1 가격으로 보석을 사모아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희희낙락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