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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다연장포 철수는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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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이 제시한 감축 대상 주한미군은 미 2사단 소속의 2여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전투 부대다. 2여단은 2사단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경무장된 보병부대다. 2사단의 핵심 전력인 기갑부대로 중무장한 1여단은 남는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군의 전방 장사정포와 기계화부대에 대응하는 부대다.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한반도 방어력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유사시 미 증원 전력을 지원하는 요원도 감축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구에 있는 19지원사는 미 2사단도 지원하지만 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에서 증원돼 오는 전력을 지원하는 임무도 있다. 19지원사는 1000명 이상 감축되지만 증원 지원 병력은 감축되지 않는다. 또 미군이 한반도에서 작전하는 데 필요한 대북 정보부대도 남는다.

그렇지만 한국 측으로서는 미국 측 안을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한다. 한국 측은 조만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조정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측은 지난 22일 10차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FOTA)도중 이 감축안을 설명하면서 "한국 측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한국 측이 우선 조정 대상으로 삼는 것은 감축 시기다. 국방부는 미국 측이 제시한 2005년까지 주한미군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너무 촉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군이 주한미군에게서 넘겨받을 10대 작전 임무가 2006년에 종료되는데다 철수할 무기를 대체하는 데 적어도 1~2년은 걸리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방어와 직결되는 부대는 최대한 철수 시기를 늦추도록 미국 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한국 측이 제시할 감축 시기는 2007년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또 한가지는 포병여단에 소속된 다연장포 2개 대대(MLRS) 가운데 1개 대대를 감축 대상에 포함한 대목이다. 현재 북한의 장사정포 등 장거리포 공격에 대응하는 대포병작전의 핵심 부대가 MLRS 대대다. MLRS 대대는 포병 사격통제체계와 결합돼 북한이 포탄을 쏘는 즉시 위치를 파악해 자동적으로 대응사격한다. 수도권의 '불바다'를 막는 무기다. 따라서 "MLRS 대대의 감축은 협상을 통해 최대한 막을 방침"이라고 국방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감축되는 주한미군 전력을 보완하기 위해 무기를 확보하는 전력증강계획을 조정할 방침"이라며 "MLRS 도입과 미군 팔라딘 자주포를 대체할 국산 신형 자주포 K-9의 생산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보병여단 떠나고 기갑여단 남는다=현재 주한미군 2사단은 보병.공병.포병.항공.지원여단 등 1만4000여명이다. 이 가운데 감축되는 전력은 2여단과 그 지원부대다. 이에 따라 2사단 소속으로 2여단을 지원하는 포병대대(팔라딘), 44전투공병대대, 2전투지원대대 등 포병.공병.지원 대대가 대부분 빠진다. 2여단 소속의 506.503대대인 공중강습부대도 철수한다.

그 대신 2사단의 주 전투력으로 1여단 소속인 100여대의 에이브럼스 전차는 대부분 한국에 남게 된다. 전체적으로 보면 2사단의 병력은 절반이 줄지만 전투장비는 3분의 1 정도가 나가는 셈이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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