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장관들 물러날 때까지 소신껏 일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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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최근 개각 등을 놓고 이런저런 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물러날 때 물러나더라도 소신껏 일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다. 장관들에게 ‘흔들리지 말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각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잖다.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를 예방한 일본 오사카부(府)의 하시모토 지사와 환담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관가는 술렁거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책임자 교체를 전후한 업무공백을 우려한다”며 “이 대통령이 개각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이동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말은) 개각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다”며 “평소 공직자의 일하는 자세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모들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8월 초 개각설’은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더 힘을 얻게 됐다. 현재로서는 이 대통령이 휴가(8월 초)를 통해 구상을 다듬은 뒤 새로운 국정운영 기조가 발표될 8·15 기념식 이전에 개각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청와대 개편을 언제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미디어법 처리 등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어떻게 전개될지 등에 따라 개각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사태로 고위직에 대한 도덕적 잣대가 강화된 점도 변수다.

◆대통령이 언급한 장관은 누구?=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 정부 들어 후임 각료가 청문회를 마칠 때까지 자기 자리에서 끝까지 일한 장관도 있고, 물러난 뒤에도 헌신적으로 일한 장관이 있었다”며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가끔 전화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회의 참석자들에게 “지난 상반기 예산을 조기 집행하는 등 공직자들의 노고가 컸다”며 “장관을 비롯해 모두 휴가를 다녀오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주변에선 그 장관들이 누군지가 화제가 됐다. 우선 끝까지 열심히 일한 장관으로는 김성이 전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꼽히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논문표절 의혹, 모교에 대한 예산지원 의혹 등으로 도중 낙마했지만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성심껏 업무를 챙겨 이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또 퇴임 후에도 헌신적으로 일한 장관은 지난해 쇠고기 파동으로 물러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지칭한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 전 장관은 장관직 사퇴 후에도 전국을 돌며 농업 살리기 순회강연을 해오고 있다.

남궁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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