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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가 전한 북한 정치범수용소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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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워싱턴 포스트(WP)가 20일(현지시간) 보도한 북한의 정치범 관리소 실태다. WP는 인터넷 지도 제공 서비스인 ‘구글어스’를 통한 정밀 사진 분석과 대한변호사협회가 펴낸 북한인권백서와 탈북자 인터뷰를 바탕으로 수용소의 위치·운영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로라 링과 유나 리 등 미국 커런트TV 소속 여기자 2명이 북한에서 체포돼 노동교화 12년형을 선고받은 뒤 노동교화소에 대한 미국 사회의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

북한 정치범들은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루 평균 12~15시간씩 육체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한 벌뿐인 의복 외에는 어떤 생활 비품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정치범 관리소는 완벽하게 통제되는 구역이다. 이는 재소자가 입소 이후 사망할 때까지 노역형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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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WP의 보도 요약.

위성사진 판독 결과에 따르면 함경남도 요덕의 15호 관리소는 해발 500m가 넘는 산악 지역에 거대한 규모로 세워졌다. 관리소 주변은 전기가 흐르는 철망과 감시탑으로 둘러싸여 있어 탈출이 어렵다.

관리소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재소자는 고문 끝에 숨지기도 하며 동료가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되고 있다고 한다. 소련의 강제수용소 ‘굴락’보다 두 배나 긴 북한의 수용소에서 수십만 명이 죽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은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14개였던 수용소는 5개가량의 대규모 수용소로 통합됐다. 제22호 노동수용소(회령수용소) 구역은 길이가 50㎞, 폭이 40㎞에 달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시보다 크다. 이곳에는 5만여 명이 수용돼 있다. 재소자가 자살할 경우 친척들에게 연좌제가 적용돼 장기 징역형이 내려진다. 탈북자들은 교도관들의 폭력과 성폭행이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런 지옥 같은 현실은 외부 세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북한이 철저히 숨기고 있는 데다 그 실상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세계적 인사도 드물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인권운동가 수전 솔티 디펜스포럼 대표는 “티베트인들에게는 달라이 라마라는 상징적 인물과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가, 미얀마인에게는 아웅산 수치 여사, 수단 다르푸르 지역 사람들에게는 미아 패로(미국 여배우)와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있지만 북한인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유명 인사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 테이블에서는 수용소 문제에 대해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 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는 “북한과 수용소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사안을 꺼내면 그들은 노발대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도 북한의 ‘굴락’과 관련한 공개적 언급을 피해 왔다. 

정용환·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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