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북한 '인공위성'을 보는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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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31일 북한이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도됐다.

세계가 그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4일 후 북한은 "인공지구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 고 주장해 또 한번 놀라움을 주었다.

이러한 북한 주장의 진위 (眞僞)가 어떻든 간에 세계는 북한의 미사일 문제로 초긴장 상태에 있다.

북한이 다단계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 성공했다면 이는 동북아는 물론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나 미국이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에 비해 우리 정부는 그것을 남의 일 보듯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또는 인공위성의 발사는 일본.미국에 못지않게 우리에게도 직접적이고 커다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다.

첫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그 자체로 우리에 대한 위협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 가능성을 크게 한다.

북한이 미사일의 위력을 믿고 무력도발을 하든지, 미.일이 북한의 미사일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무력행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이 일어날 때 북한의 미사일과 대량 살상무기의 위협을 받는 일본과 미국이 이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원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제기된다.

셋째, 북한이 미사일을 해외에 수출해 막대한 외화를 획득할 때 그것은 곧 북한의 군비 확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넷째,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일본에 전역 (戰域) 미사일 방위 (TMD) 를 포함한 전반적인 군비강화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다.

이것은 군비경쟁을 가속화하고 미.일의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켜 동북아 지역을 긴장상태로 이끌 수 있다.

지난 93년 3월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던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NPT)에서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그후 우리는 19개월에 걸친 우여곡절 끝에 북한의 핵활동을 동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미사일 개발은 핵개발이나 마찬가지로 주변과 세계에 대한 커다란 위협이 된다.

그러나 핵문제에 있어서는 NPT와 국제원자력기구 (IAEA) 의 맥락에서 북한을 국제법에 묶어둘 수 있는 명분이 있다.

북한의 핵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상정돼 거기에서 대북한 (對北韓) 제재까지 논의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이 IAEA와 체결한 핵안전 협정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와 달리 미사일 문제에 있어서는 유엔 제재 등을 통한 국제적 강제력 행사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미사일 문제를 대응하는 데 있어 몇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우리는 과잉 반응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어떠한 정책을 취하든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냉철함과 균형된 감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무력행사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처음부터 상정하는 것은 남북한을 막론하고 우리 민족의 재앙과 파멸을 의미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이 다단계 탄도탄이나 인공위성을 개발했다고 해서 북한의 국력을 과대 평가할 필요는 없다.

북한의 식량난.경제난은 계속될 것이고 따라서 외국의 지원 없이는 체제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엣 소련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함한 막강한 군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체제의 붕괴를 막지 못한 것을 상기할 수 있다.

셋째, 우리는 북한 미사일의 실상을 파악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번의 북한 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의 정보체제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가능한 한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해 정책과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넷째, 명확한 정책적 목표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이 미사일을 더 이상 개발하지 못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미사일 레벨을 감축시키는 노력을 할 것인가.

현 단계에서는 북한을 미사일기술 통제체제 (MTCR) 와 같은 국제법과 체제의 테두리 안으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으로써 북한 미사일의 규제가 가능해질 것이다.

끝으로, 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용 (可用)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채비가 돼 있어야 한다.

예컨대 정치와 경제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경분리 원칙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문제는 그만큼 심각하고 급박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미사일 문제가 주는 의미와 심각성을 인식하는 일이다.

심각한 문제를 심각하다고 인식할 때 우리의 안전과 평화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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