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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15. 1만분의 1초까지 … 마법같은 사진 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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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 시드니 올림픽 남자 100m 결승의 포토 피니시 이미지. 아래쪽 눈금은 계시자, 붉은 세로줄은 판독기준선이다. 아래 사진은 결승선에 설치된 사진판정 카메라.

축구나 농구.야구 경기에서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캐스터나 해설자가 흔히 하는 말이 있다. "가까이서 본 심판이 정확했겠죠."

육상이나 사이클에서라면 어림도 없는 얘기다. 1만분의 1초까지 판독하는 사진판정 카메라(slit camera)의 렌즈가 심판이기 때문이다. 30초 이내에 정확히 승자와 패자를 가려내는 첨단 기술. 바로 '매직 아이'라 불리는 포토 피니시(Photo finish)다.

올림픽에서 사진 판정으로 순위가 바뀐 경우는 1948년 런던대회에서 처음 있었다. 남자 육상 100m 결승이었다. 처음엔 미국의 노어드 이월이 우승자로 발표됐다. 하지만 골인 장면 사진을 현상해 육안으로 판독, 금메달의 주인은 곧 해리슨 딜러드로 바뀌었다.

사진 판독은 점점 정밀한 기술로 발전했다. 시간측정 시스템과 영상촬영 기술이 더해진 포토 피니시의 개발이다. 52년 헬싱키대회에서 10분의 1초, 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는 1000분의 1초 차까지 가려냈다. 현재의 기술은 1만분의 1초까지 연속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포토 피니시 이미지는 출발점에서 결승점에 이르는 선수의 동작을 1초에 1000장씩 연속 촬영한 후 스캐닝 작업을 통해 완성한다. 이미지는 1000분의 1초 단위로 표시된 계시자(가로줄)와 판독기준선(세로줄)이 정확히 수직을 이뤄 만들어낸다. 그래서 주자들 사이의 시간차를 사진으로 측정할 수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적어도 두 대의 카메라를 양쪽 결승선 연장선에 설치하되 각각 별도의 전력.케이블.장비에 의해 작동되도록 하고 있다.

카레이스가 자동차 업체들의 경연장이듯 스포츠 이벤트는 세계 영상.시계 메이커들의 각축장이다. 일본의 세이코사는 2003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스위스의 스와치사는 시드니에 이어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공식 타임키핑 업체로 선정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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