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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그룹 구조조정 배경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반도체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됨으로써 7개월여를 끌었던 기업 구조조정의 첫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발표된 구조조정 계획은 지난 1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에서 대기업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이후 재계가 처음으로 중복.과잉투자 부분에 대해 가시적인 해소방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 그동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기업 구조조정이 이를 계기로 가닥을 잡아 더 발빠르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6대 이하 그룹의 작업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강력한 경제 구조조정을 추진해온 정부도 재계가 시한을 넘기지 않고 그림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한가지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동시에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기에는 한계를 드러낸 '미완성 작품' 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달도 채 안되는 협의시간이 너무 촉박했고, 자율조정이라는 원칙에 걸맞지 않게 정부.정치권의 훈수와 압박이 자주 가해지다 보니 시장경제원리는 무시된 가운데 정상적인 절차를 뛰어넘는 속전속결식 입안이 강요된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몇달 이상 방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정부가 며칠 만에 합의해내라고 하니 일단 이렇게 1차작업을 매듭지었다" 면서 "앞으로 후속작업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 내다봤다.

이번 계획은 또 그동안 재계의 화두 (話頭)가 돼온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보다 컨소시엄 (공동회사) 등 절충형 방식이 주내용인 것도 특징이다.

'당초 기대보다 미흡하다' 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석유화학의 경우 대산단지만 손을 댔을 뿐 규모가 더 큰 울산.여천단지는 그대로고, 최대 쟁점이던 반도체도 지분문제가 정리되지 않아 불씨로 남아 있다.

게다가 자동차를 비롯, 철강.조선 등 구조조정이 시급한 대규모 장치산업은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산업연구원 온기운 (溫基云) 박사는 "자동차.석유화학.반도체 등 주요 업종에 대해 적극적인 구조조정 의지가 담기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면서 "재계가 꾸준히 보완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전경련과 5대 그룹은 자동차.석유화학 등에 대해 2차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진짜 빅딜은 이제부터인 셈이며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이재훈 기자

◇ 도움말 주신 분 = 포스코경영연구소 유한수 선임연구위원.대우경제연구소 김용호 이사.삼성경제연구소 김성수 박사.산업연구원 송경준 주대영 박사.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박훈 상무.한국반도체산업협회 김치락 부회장.한국중공업 이박일 부사장.현대정유 이철수 이사.대우중공업 김수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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