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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나돌던 ‘반값 아파트’ 강남에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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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강남권에 공급될 3.3㎡당 1300만원 이하의 보금자리주택이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주택이 강남권에서 직접 공급됨에 따라 집값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많다. 그동안 주변 시세보다 싼 주택이 공급됐어도 주로 외곽이어서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게다가 주택 종류가 다양하고 품질도 한결 좋아져 보금자리주택은 주택 수요를 대거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 공급량에 한계가 있어 집값 안정 약발이 약하고 최초 당첨자에게만 개발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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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비·개발비 대폭 낮춰=보금자리주택의 저렴한 분양가는 기존 신도시 등에 비해 땅값이 싸고 개발비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가능하다. 분양가는 땅값과 건축비로 결정되는데 정부는 땅값을 낮추기 위해 보상비와 조성비용 부담이 적은 지역을 보금자리지구로 고르고 건축 기준을 완화했다.

4개 시범지구의 평균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비율은 85.3%. 특히 강남지구는 99.8%, 서초지구는 100%다. 그린벨트 공시지가가 일반 땅보다 낮아 보상비를 줄일 수 있다. 주변에 도로 등이 이미 개발돼 있어 추가로 기반시설을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다.

기반시설 설치비가 대부분인 조성비용이 강남·서초지구에선 3.3㎡ 120만원 선으로 예상된다. 광교신도시의 경우 3.3㎡당 150만원, 삼송이 140만원 정도다. 기반시설 설치비가 2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보금자리지구의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지상 건축 연면적)을 높여 분양가에 최종적으로 반영되는 땅값을 더 낮췄다. 강남·서초지구의 용적률이 각각 190%, 220%다. 기존 신도시 등은 160~180%다.

국토부 이정희 사무관은 “사업비를 최대한 줄이고 건축 규제를 풀어 보금자리주택 분양가가 기존 신도시·택지지구보다 15% 이상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남 집값 안정시킬까=강남권 안에 들어서는 보금자리주택은 강남권 주택 수요를 흡수해 강남 집값을 견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이어서 보금자리주택은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려는 주택 수요자들에게 ‘0순위’ 주택이 될 것이다. 강남지구 인근인 일원동 가람아파트 전용 84㎡의 지난달 실거래 가격이 최고 9억3000만원이다. 특히 서울의 청약저축통장 1순위자 46만3174명으로부터 큰 관심을 끌게 됐다. 일원동 K공인 김모 실장은 “이 정도 분양가면 복권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시세보다 훨씬 싸게 공급돼 강남 집값 상승세의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급량이 많지 않아 강남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번에 공급되는 강남지구의 보금자리주택은 4900여 가구. 강남구 내 아파트 10만9000여 가구의 5% 정도다. 공급량이 적으면 기존 주택 가격에 쉽게 흡수돼 보금자리주택 가격이 기존 집값을 따라 오를 수밖에 없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강남에 값싼 주택을 계속 공급해야 기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 선택 폭 넓고 품질 좋아지고=정부는 주택 수요자들의 선택 범위를 넓히기 위해 보금자리주택 종류를 지금보다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분양주택과 입주 후 10년 뒤 소유권 이전이 되는 10년 임대·분납임대, 30년 이상 살 수 있는 국민·영구임대로 나뉜다. 여기다 20년간 주변 전셋값보다 20% 이상 싸게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과 1~2인 가구를 위한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도 포함시킬 예정이다

보금자리주택의 품질도 좋아진다. 주택공사는 그동안 주택공사 아파트에 보기 힘들었던 사우나시설·요가시설·골프연습장 등의 편의시설을 들이기로 했다. 주택공사는 9월 당첨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방 개수, 디자인 컨셉트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안장원·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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