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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불소화 논쟁 가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수돗물 불소화' 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환경전문지 녹색평론이 최근 '수돗물 불소화의 문제' 라는 제목의 특별자료집 5백부를 발간, 환경.시민단체와 언론기관에 배포한데 이어 월간 '말' 지에서는 녹색평론의 발행인인 김종철 (金鍾哲.영남대 영문학과) 교수와 수돗물 불소화를 찬성하는 학자들간의 격렬한 지상토론이 벌어졌다.

또 지난달 20일엔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 '수돗물 불소화' 공청회를 여는 등 한동안 잠잠했던 논쟁의 불씨가 되살아 나고 있다.

수돗물 불소화란 수돗물에 불소 화합물을 일정량 넣어 충치를 예방하자는 것. 현재 미국.캐나다 등 67개국에서, 국내의 경우 진해.청주.포항.과천 등 10개 도시에서 시행 중이다.

현재 불소화를 둘러싼 전선 (戰線) 은 '반대' 편에 서울시 상수도본부와 소수의 환경공학 학자 및 치과의사들이, '찬성' 편에 보건복지부와 다수의 치의학계 및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회원들이 포진하고 있다.

수적으로는 찬성하는 쪽이 단연 우세하다.

반대편의 논리는 "불소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는 것.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김정우 (金正祐) 수질과장은 "불소가 치아에 이롭다는 조사결과가 있지만 인체 다른 부분에는 해롭다는 논문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고 주장한다.

반면 치의학계는 "수돗물에 타 적은 양을 섭취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며 "책임지지 않으려는 관료주의적 발상" 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불소의 안전성 = 서울시는 현재 환경부의 먹는 물 수질기준에서 불소 최대 허용치를 1ℓ당 1.5㎎ 이하로 규정한 것 자체가 불소를 제거대상 물질로 삼는 의미라는 주장. 그러나 치의학계는 수돗물 불소화사업에서 목표불소농도는 1ℓ당 0.8㎎ 이하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즉 규정량 이내의 섭취는 안전하다는 것. 과잉투입 때의 부작용을 염려하는 것은 약을 많이 먹으면 좋지 않으니 아예 먹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 불소의 과다섭취 여부 = 서울시는 우리 국민의 하루 불소 섭취량이 6.7㎎으로 미국 (하루 4㎎) 보다 많다고 말한다.

더욱이 우리의 식생활은 물.음식을 끓이고 졸여 먹기 때문에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면 비휘발성인 불소가 농축돼 과잉섭취할 우려가 있다는 것. 단기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치의학계는 "82년부터 16년동안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먹은 청주 시민들 가운데 불소의 과잉섭취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전혀 없다" 며 "우리와 식생활이 비슷하면서 50년대부터 불소화를 하고 있는 싱가폴.홍콩 등 대다수 아시아국가도 마찬가지" 라고 입을 모은다.

◇ 운영시 문제 발생 여부 = 서울시는 미국에서 45년 처음 수돗물 불소화를 시작한 이래 불소 과잉주입에 의한 급성중독 사례가 6건이 보고됐음을 제시한다.

그 중 최대 규모는 92년 5월 알래스카의 한 마을에서 발생한 것으로 2백96명이 급성중독되고 1명이 사망했다는 것. 치의학계는 불소투입장치의 최대용량이 7일분이므로 만일의 사고로 한꺼번에 투입되면 농도가 기준치의 70~80배가 되나 이 또한 급성 불소중독 농도에는 못미친다는 의견이다.

◇ 충치 방지 의무 = 서울시는 수돗물 불소화는 상수도 고유업무가 아닌 충치예방 차원의 일이므로 상수도 불소화 이전에 당분과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이는 등 개인적인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일이 우선이라는 입장. 반면 치의학계는 "칫솔이 안 닿는 부위는 불소가 가장 효과적" 이라며 "전국민의 치아건강에 가장 싼 값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이라고 주장. YMCA 최은숙 (崔恩淑) 간사는 "정말 유해하다면 보건복지부는 왜 수돗물 불소화를 찬성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며 "명확한 과학적 조사를 빨리 실시해 유해하지 않다면 국민 보건을 위해 속히 불소화를 해줄 것" 을 요망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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