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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새 체제 갖춘 SK그룹 경영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최태원 (崔泰源.38) SK㈜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손길승 (孫吉丞) 회장이 경영의 전면에 나섬으로써 SK그룹은 당분간 전문경영인과 오너의 쌍두체제를 갖추게 됐다.

재계에서는 국내 5대그룹중 하나인 SK에서 전문경영인 회장이 그룹 경영을 총괄하게 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과연 이런 '과도체제'가 얼마나 지속될까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우세한 가운데서도 SK 주변인사들은 '현 그룹 경영 상황과 두 사람의 관계를 감안할 때 의외로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그 결과는 또 앞으로 재계의 경영 관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이날 결정에 앞서 고 (故) 최종현회장의 오랜 사업파트너인 孫회장과 김항덕 (金恒德) 회장대우는 전날까지 최태원회장을 회장으로 추대하고, 자신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족회의에서 전권을 이어받은 崔회장이 孫회장에게 '당분간 맡아줄 것' 을 요청했고, 줄다리기 끝에 사장단회의인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열린 1일 아침 일찍 수락했다는 후문. 한편 孫회장과 崔회장은 이날 을지로2가 SK상사 회의실에서 공동기자 회견을 가졌다.

- 전문경영인 체제는 누가 결정했나.

崔회장 : "선친께서 타계한 뒤 한시라도 빨리 경영공백을 메우자는데 가족들의 의견이 일치했고, 이에 따라 가족들이 SK경영에 관한 대주주의 모든 대표권을 나에게 위임해줬다. 그러나 가족중에는 아직 경영을 총괄할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 사장단에 전문경영인을 추천해달라고 제의했고 孫회장이 추천됐다."

孫회장 : "회장직 승계를 원치 않았지만 가족들의 간곡한 부탁에 따라 수락했다.하지만 崔회장이 다양한 경험을 하고 경영능력을 갖추는 대로 내일이라도 회장승계를 하고 싶다."

- 崔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되는 시기는 언제쯤 될 것인가.

孫 : "개인적으로 결심한 것이 있지만 지금 못박기는 곤란하다."

崔 : "내 경영자질이 못미친다고 판단되면 계속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수 있다. 누가 하든 능력있는 사람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 회장 3명의 역할은 어떻게 나눠지는가.

孫 : "그룹의 전반적인 일에 관한 총괄은 내가 한다. 崔회장은 SK㈜ 경영과 관계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실무를 맡게 된다. 최종결정은 두사람의 상의를 통해 내려질 것이다. 최윤원 (崔胤源) 회장은 가족의 중심으로서 가족과 전문경영인들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역할만을 맡는다."

- 재산상속은 어떻게 되나.

崔 : "가족간 합의에 따라 지분을 나누지 않고 내가 모두 상속받게 된다.

이는 대주주로서 모든 대표권을 위임받는다는 얘기다."

- 향후 SK그룹은 어떤 방향으로 꾸려나갈 계획인가.

孫 : "현재까지는 에너지.화학이 중심이지만 향후 10년이내에 정보통신분야도 함께 성장시킬 계획이다."

- 최근 논의되는 빅딜과 관련, SK의 정유부문도 대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崔 : "상중이라 경황이 없어서 정확한 내용은 모르나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면 적극 참여할 의사가 있다."

孫 : "5대 그룹에서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달라. "

- 사장단 등의 후속인사는 언제 단행할 계획인가.

孫 : "사장단 인사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다만 정기인사에서 그동안의 실적에 따라 인사가 있을 것이다."

김시래.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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