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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배경·파장]일본 국제이슈화 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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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이 31일 신형미사일인 대포동 1호를 처음 시험발사함에 따라 이 미사일이 한반도 주변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 새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탄착거리가 1천3백80㎞로 추정되는 대포동 1호의 존재는 일본 본토와 역내 (域內) 미군기지에도 '심각한 위협' 일 수밖에 없어 국제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미사일이 자기 '지붕' 위를 지나갔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있다.

미사일이 일본영공보다 높은 대기권 밖을 지나 외교적으로는 영공침해가 아닐지 모르나 일본국민들은 상당한 심리적 위협을 받고 있다.

때문에 일본정부는 당장 국제적 쟁점을 삼아 북한측에 강력히 대처할 태세다.

당장 일본은 시험발사 직후인 31일 오후로 예정됐던 대북 (對北) 경수로 재원분담 서명을 거부하고 나서 향후 일.북관계 또한 상당기간 대치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측도 물론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주목하는 대목은 절묘한 시험발사 시점이다.

뉴욕의 미.북고위급회담 재개 (1일) 를 하루 앞둔 데다 김정일 (金正日) 총비서의 주석 승계가 예상되는 최고인민회의 (5일)가 박두한 상황이다.

이를 근거로 북측은 특유의 '벼랑끝 전술' 을 통한 다목적 포석을 꾀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선 미.북고위급회담에서 타결될 전망인 양국간 미사일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미사일의 상품가치를 한껏 높여 놓자는 의도가 첫 손에 꼽힌다. 미사일협상에 들어간 이후에는 '시험발사' 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6월 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미국이 진실로 우리의 미사일수출을 막으려면 하루빨리 경제제재를 해소하고 경제적 보상을 하라" 며 미사일을 외화벌이의 핵심으로 공언한 상태다.

결국 첫 선을 보인 대포동 1호를 담보로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차질없는 중유공급, 잉여농산물 지원 등 반대급부를 확실히 보장받겠다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북측은 한때 핵시설 의혹을 받았던 영변주변 지하시설에 대해 최근 미국측의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물러선 처지다. '제2의 카드' 가 필요했다는 얘기다.

북측은 이번 미.북고위급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돼도 대포동 1호를 고리로 미국과의 교섭통로를 계속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초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한.일간을 이간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탄도미사일 사정권에 든 일본이 북한에 강경정책으로 나올 경우 '' 대북 햇볕론' 이 기조인 한국과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노렸다는 것이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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