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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개혁·변화 강조 … 국세청 대수술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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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세청이 178일 만에 새 청장을 맞았다. 그것도 21년 만에 처음으로 세정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인사다. 그래서 16일 백용호(사진) 청장의 취임식은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자축보다는 긴장하는 기색이 완연했다. 백 청장은 취임사에서 연줄 인사의 척결, 부조리에 대한 확실한 문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를 강조했다.

출발점은 인사다. 백 청장은 준비된 취임사를 읽으면서 ‘인사’라는 단어를 여덟 번이나 사용했다. 포괄적인 표현인 ‘국민(11번)’을 빼면 가장 많은 횟수다. 그는 성과와 능력을 인사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미 일부 간부는 후보자 신분인 그에게 인사 청탁을 넣었다가 되레 경고를 받았다. 그는 또 이날 외부에서 보내온 취임 축하 화환을 모두 돌려보냈다. 그중엔 현직 장관이 보낸 것도 있었다.

이런 ‘까칠한’ 처신이 가능한 것은 그가 국세청 내부 인맥에서 자유롭고, 대통령의 측근이면서도 다른 실세들과 데면데면하다는 점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그 점이 백 청장에겐 오히려 큰 무기다. 이전오 성균관대(법학) 교수는 “실세 청장이란 점은 눈치 보지 않고 개혁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선 장점이고, 정치적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선 단점”이라 고 말했다. 그가 인사개혁을 강조한 이상 폭은 클 수밖에 없다. 허병익 차장을 비롯한 행시 22회들이 퇴임 수순을 밟고 있다. 국세청 차장에는 이현동 서울청장(24회)이, 최고위급(과거 1급)에는 행시 23회인 김영근 근로소득지원국장, 허장욱 납세지원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핵심 요직인 조사국장은 27회가 물망에 올랐다. 지금보다 기수가 4계단 내려가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지방청장은 사실상 전원 교체”라고 말했다. 완전히 새 진용으로 짜인다는 의미다.

인사의 방향은 개혁을 위한 내부 동력 확보에 맞춰진다. 백 청장은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스스로가 변화의 주체가 돼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지 못하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고위직에 대해선 엄격한 도덕성과 예외 없는 문책을, 일반 직원에 대해선 자긍심과 사기 진작을 강조했다. 그는 “부조리 행위를 한 직원은 지위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엄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첫 인사도 문책 인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백용호 표’ 개혁의 최종 목표는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이다. 효율성은 진작부터 강조해 온 것이고, 그 앞에 ‘작지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공무원 신분이어서 민간기업처럼 대규모 구조조정은 어렵다. 대신 증원도 없다. 그동안 국세청은 1500명의 증원을 추진해 왔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물 건너 간 셈이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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