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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식 알뜰 패션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주부 이길녀 (54.서울마포구아현동) 씨는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한 달에 20~30만원을 웃돌던 의류관련비가 거의 반으로 줄어든 것을 보고 자신도 깜짝 놀랐다.

새옷을 살 때는 70~80%까지 하는 세일장과 남대문시장 등을 돌며 열심히 다리품을 팔고 웬만한 옷수선은 직접 한데다, 그때그때 옷을 손질해 입은 덕분에 드라이클리닝 회수를 줄인 것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던 셈. 이렇게 IMF가 각 가정의 의생활패턴을 바꿔놓고 있다.

구입비 절약 외에도 단품이용.고쳐입기.빌려입기 등 다양한 형태의 알뜰전략이 나타나고 있는 것. 우선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최근 서울에 사는 주부 8백80명에게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IMF이후 의류제품구입이 대형할인점 이용은 15.0% 늘어난 반면, 백화점 등 대형쇼핑센터 이용은 21.5%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업체들의 잇단 부도로 인한 '폭탄세일' 때문에 30%안팎의 세일장은 한산할 정도. 남대문.동대문 등 재래시장에서 야간쇼핑하는 이들도 늘었다.

이런 알뜰구매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리 필요한 품목을 정해 사는 것. 또 시간적 여유를 갖고 급하게 고르지 말아야 하며, 무리를 지어 가서 다른 이들의 견해에 좌우되기 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확실히 생각해두고 이를 고르는 것이 좋다.

정확한 치수를 알고 사도 막상 입어보면 불편한 것도 많으므로 옷은 일단 입어보는 것이 원칙.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유통조사팀 박미희과장은 "최근 홈쇼핑 등에 의류품목도 많아졌는데 TV에서 보던 것보다 사이즈.색상이 달랐다는 불만도 많았다" 며 "의류는 가격 못지 않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으므로 직접 입어보는 것이 최선" 이라고 말했다.

단품 이용도 부쩍 늘었다.

LG패션 홍보실 조수영씨는 "정장을 한 벌씩 구입하기도 부담스러운데다 유행경향도 편하고 스포티한 때문인지 단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 전했다.

단품 구입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색상. 패션코디네이터 서영희씨는 "디자인은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한도에서 그 계절 유행스타일로 고르되 색상만큼은 기존에 갖고 있는 옷들을 고려해 고를 것" 을 권한다.

특정 옷과 맞춰 입으려 한다면 직접 그 옷을 갖고 나가 색상을 비교.구입하도록 한다.

같은 갈색 계열이라도 미묘한 색감 차이가 있기 때문. 이미 갖고 있는 단품이나 정장들을 잘 정리해두는 것도 IMF시대 의생활을 즐기는 알뜰지혜. 우선 모든 옷들을 스커트.바지.재킷.블라우스 등 품목별.색상별로 정리한 뒤 옷감.스타일 등을 더 자세히 메모해둔다.

이 목록을 가지고 매주 1주일 단위로 식단표처럼 상의와 하의, 받쳐입는 옷과 재킷 등으로 조합을 만들어두면 매일 변화 있는 패션을 즐길 수 있다.

수선점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수선점마다 수선감각 등 격차가 심하므로 옷을 맡길 때는 주의해야 한다.

서영희씨는 "칼라모양.소매.치마단 등 간단한 것 외에는 수선비도 1만원 이상일 때가 많고 수선 후 바라던 스타일과 달라지는 수도 있다" 며, "오히려 잘 보관해두었다가 유행이 바뀌었을 때 꺼내 입는 것이 경제적일 수 있다" 고 조언했다.

아이들 옷의 경우 물려입기도 늘었다.

㈜학산 인터랙션이 지난 7월초 초등학교 고학년생 1천9백명을 대상으로 의생활경향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옷을 물려입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전체의 76%인 1천4백38명. 이들 중 기분이 안좋다고 불만을 표시한 비율은 13%에 불과해 아이들의 인식도 많이 변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알뜰전략의 첫걸음은 현재옷을 잘 관리하는 것. 무엇보다 옷도 신발처럼 '쉴' 시간을 줘야 한다.

가을.겨울옷처럼 질감이 두터운 옷, 재킷일수록 오염.접촉에 민감하기 때문에 정기적 세탁 외에도 입은 후엔 먼지를 털어주는 것을 잊지 말고 반드시 다림질을 해서 보관하도록 한다.

특히 니트는 빨아 널 때는 물론, 보관할 때도 눕혀두어야 늘어지지 않는다.

입고 난 뒤엔 항상 먼지를 털어 접어서 보관하는 습관을 들일 것.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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