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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회장 별세후 SK 앞날과 후계구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최종현 (崔鍾賢) 회장이 타계함에 따라 SK그룹의 앞날과 후계 구도가 관심이다.

재계에서는 崔회장이 지난해 폐암 수술 이후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그룹 일을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기는가 하면 2세들의 경영수업과 함께 후계 구도를 준비해왔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로 떠오르는 인물은 崔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崔泰源.38) SK㈜대표이사 부사장. 崔부사장은 10여년 전에 SK에 입사, 미주지사.경영기획실 등을 거치면서 경영수업을 했고, 최근에는 그룹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등 전면에 나서 경영에 깊숙이 간여해왔다.

투병중인 崔회장을 대신해 그룹 대표 격으로 활동해온 손길승 (孫吉丞) 구조조정본부장 겸 SK텔레콤 부회장도 얼마 전부터 공식.비공식적인 자리에 崔부사장을 소개하는 등 2세 체제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崔부사장은 또 SK텔레콤.SK가스 등 주요 계열사의 최대 주주인 SK㈜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어 사실상의 그룹 간판 역할을 해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SK 관계자는 "崔회장의 유언이 다음주 월요일 (31일) 공식 공개될 것" 이라면서 "崔부사장이 후계로 지목된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호는 崔부사장을 중심으로 그의 사촌형제와 김항덕 (金恒德) 그룹부회장.孫부회장 등 전문경영인이 협력하는 형태로 운용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룹 체제와 관련, SK는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금융 ^물류서비스 등 4개의 핵심 부문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해나갈 것으로 예측된다.

SK는 지난 5월 45개인 계열사를 내년말까지 4개 부문 10여개사로 정비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崔부사장의 동생 재원 (再源.35.SKC상무) 과 사촌인 윤원 (胤源.48.SK케미칼 부회장).신원 (信源.46.SK유통 부회장).창원 (昌源.34.SK케미칼 상무 겸 SK상사 상무) 씨 등과의 역할분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주변에서는 ^섬유화학 (SK케미칼.SK상사 등) 분야는 최종현 회장의 형이자 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崔鍾建) 씨의 자녀들이, ^에너지.정보통신 (SK㈜.SK텔레콤.대한텔레콤 등) 분야는 崔회장측 자녀들이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최종건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지난 73년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은 창업 1.5세대인 崔회장은 이미 이런 구도로 지분 정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변수는 있다.

현재 SK의 지주회사격인 SK상사에 대한 최종현 회장측 지분은 3.1%에 불과한 반면 최종건씨 자녀의 몫은 2.2%로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만일의 경우' 분란의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崔회장은 평소 형이 남긴 3남4녀와 자신의 2남1녀를 합해 "내 자식은 5남5녀" 라고 말할 정도로 사촌간의 우애를 강조해왔고, 이들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유대를 다져왔기 때문에 가족간 갈등의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실적으로 그룹이 석유에서 섬유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 체제로 돼있어 일부 회사를 분리할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분할 가능성도 작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정재.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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