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소설재테크]7.안전한 절세 금융상품 찾아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새벽 2시, 남편 전재산씨는 또 연락두절이다.

걱정이 태산이다.새는 모이를 탐내다 죽고 사람은 욕심때문에 몸을 망친다더니, 옛말 그른 것 하나 없었다.

남편이 분에 넘는 욕심으로 투기 몇번에 재산날리더니 급기야는 가정마저 파탄난 꼴이었다. 하기사 수수해씨 자신도 남편 탓만 할 일은 아니었다.

애초에 주가지수 선물투자며, 퇴출은행 주식 살 때 말렸어야 했다.

남편의 장미빛 꿈만 믿고, 일확천금의 유혹에 홀딱 넘어가 남편의 투기를 방조하지 않았던가.

방금전 본 TV내용이 떠올랐다.

한 코미디 프로인데 그중 '시한폭탄 재테크' 란 코너가 있었다.

원 세상에, 코미디 프로에서마저 재테크라니. 오늘 내용은 창업, 그 중에서도 요즘 인기폭발이라는 조개구이집을 주제로 한 것이었다.

잘된 집도 망한 집도 있었다.

그중 사회자의 말하나가 유난히 수해씨 가슴에 와닿았다.

"세상 어려울 땐 너도나도 '장사나 하지' 하는데, 세상이 어려울 수록 오히려 장사해서 손해볼 확률이 높다" 는 얘기였다.

너나없이 씀씀이 줄이니 물건 안팔리고, 게다가 퇴직자.실업자 늘어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비온뒤 죽순자라듯 쑥쑥 늘어나는데 어디 장사가 잘될 턱이 있냐는 거였다.

맞는 말이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처녀때부터 모았던 돈 8천만원으로 달러를 샀던 수해씨의 모험은 정말 하늘이 도운 격이었다.

지난달 '혹시 잘못될까봐' 말리는 재택구씨의 충고를 뿌리치고 달러당 1천2백44원에 6만4천불어치 외국 수익증권을 샀다.

메릴린치 증권이라고 세계에서 알아주는 투자은행이 판매한 것이라고 했다.

양쯔강 홍수로 위안화 절하위기가 닥치고, 엔화가 비실비실 대면서 환율은 1천3백원을 금새 넘어섰고 수해씨는 '얼른 팔자' 는 재택구의 재촉에 못이겨 2주전인 지난11일 1천3백45원에 이를 되팔았었다.

환율이 오른 덕분에 거둔 수익은 5백22만원. 수수료와 세금을 제하고도 4백9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8천만원으로 10일만에 4백여만원의 수익을 올렸으니 연 평균으로는 무려 1백86%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재택구는 그때 한숨까지 쉬면서 말했다.

천만다행이라고, 이제 욕심내지 말고 안전한 금융상품 찾아 넣어두라고. 한번 성공으로 의기양양한 수해씨가 주가지수 선물은 어떻냐며 투기를 한번 더하겠다고 아무리 우겨대도 재택구는 요지부동이었다.

샐쭉해진 수해씨는 소심한 사람이라며 화까지 내고 돌아왔었다.

그러나 며칠 지나 재택구의 말이 백번 옳았음이 증명됐다.

그때 자신의 어설픈 '감' 을 믿고 선물을 샀으면 주가가 크게 떨어져 지금쯤 8천만원이 1천만원도 안남아 있을 터였다.

그래, 내일은 재택구씨를 찾아가야지. 미안하다고 사과도 할겸, 안전하고 세금혜택도 높은 금융상품 소개도 받을 겸. 그때 재택구씨가 뭐랬더라, 비과세 상품과 세금우대 상품을 집중 가입하라고 했었는데. 같은 시각, 재택구는 잠시 자판에서 손을 떼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컴퓨터 화면 하나 가득 그의 꿈이 펼쳐지고 있었다.

'한국의 조지 소러스' , 그의 꿈은 바로 이것이었고, 그는 지금 사업계획서를 작성 중이었다. 재택구는 우선 뮤추얼 펀드 (증권투자회사) 를 하나 차릴 계획이다.10억원이면 가능하다.

30억이면 운용자격도 주어져 직접 채권이며 주식이며 각종 금융상품에 회사 돈을 마음대로 굴릴 수 있다.

그걸 잘 키워서 수익률을 몇년만 높게 유지하면 유명 투자회사가 된다.

그때 코스닥 (장외시장) 이나 증시에 상장하면 주가가 크게 올라 10배, 1백배 수익도 가능하다.

10억원짜리 회사가 1백배로 커지면 1천억원, 으휴 그중 10분지 1만 내 몫이 돼도 1백억원대 갑부가 되는 셈이다.

그래 내 갈길은 바로 이거야. 무일푼으로 월가에 뛰어든 조지 소러스도 뮤추얼 펀드를 키워 수천억원을 받고 팔아치운뒤 세상이 알아주는 갑부가 된거 아냐. 나라고 조지 소러스가 되지 말라는 법있어? 가진 머리 있겠다, 개인 자산운용가하면서 구축해 놓은 단단한 인맥있겠다, 게다가 돈 10억~20억원은 쉽게 투자할 큰 손들 많이 알겠다.

뮤추얼 펀드야 말로 나, 재택구를 위해서 나온 제도다.

물론 금융당국이 뮤츄얼 펀드 설립자유화 법안을 내놓은 본래 취지야 따로 있지. 국내 투자신탁회사의 부실을 해소하고 투자.금융자유화를 활성화해 외국.국내 자본의 원활한 소통과 퇴출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거지. 하지만 새로 만들어지는 제도와 법은 그것을 십분 이용할 줄 아는 자에겐 늘 기회와 부 (富) 를 가져다 주는 법이지.

다만 7월부터 설립을 허용한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법안이 국회통과가 안되고 있는게 갑갑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번 임시국회 회기중에는 통과될 것이니 이제 며칠만 기다리면 될 터였다.

이미 사채시장의 큰 손들인 고금리씨, 복부인 여사 등과는 다 얘기가 돼있다.투자회사차려 돈 잘굴려 수익내고 그 회사 키워서 비싼 값에 팔면, 그야말로 '꿩 먹고 알도 먹고, 둥지 털어 불때고' 란 설명에 두 사람은 이미 반쯤 넘어와 있는 상태였다.

물론 위험부담은 크겠지만, 이미 어디 투자하고 어떻게 돈을 굴릴지 복안이 다 서있었다.계획대로만 되면 성공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그렇게만 되면 이 생활도 끝이야. 암, 시셋말로 서민 끝, 재벌 시작이지.

이정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