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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숨가쁜 막판 협상 24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현대자동차 사태가 타결되기 직전인 23일 하루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한 날이었다.

풀릴 듯하던 사태는 매번 노조와 회사가 번갈아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꼬였다.

李장관이 참가한 가운데 노사정 (勞使政) 3자협상이 시작된 것은 이날 낮 12시40분쯤. 협상이 1시간 가량 진행되면서 회사 관계자는 "3자대표 3명이 곧 기자회견을 할 것" 이라며 운을 떼었다.

협상장 안팎에선 타결을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고용조정 규모, 무급휴직 기간, 고소.고발 등에 대해 노사간 의견접근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광식 (金光植) 노조위원장이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내부 조율을 이유로 잠정 합의없이 나온 金위원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분위기가 돌변했다.

金위원장이 다시 협상장에 들어선 것은 오후 3시10분쯤. 다시 협상장에 모든 시선이 쏠렸고 1시간10여분 동안 진행된 협상은 노사 양측 아무 소득없이 끝났다.

노사정은 오후 9시 다시 만나 쟁점사항을 논의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러나 회의는 다시 열리지 못했다.

金노조위원장이 회의장을 떠나면서 정리해고자 2년내 재고용 의무화 등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새 요구사항들을 불쑥 내놓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노조의 새 요구를 완강히 거부했다.

노사가 맞서면서 소강상태는 계속됐고 金위원장은 오후 8시 본관앞 노조집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李장관이 중재안을 냈으나 납득할만한 안이 아니어서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고 밝혔다. 李장관도 오후 9시10분쯤 기자회견을 갖고 "협상이 어려워졌다" 고 설명했다.

협상은 이제 완전히 결렬 쪽으로 기울었다.

李장관과 철수했다가 다시 협상에 참가한 중재단 일부 인사가 정몽규 (鄭夢奎) 현대자동차회장과 金위원장 등 노사 양쪽을 밤늦게까지 분주히 오갔다.

사실상 벼랑에 몰린 마지막 협상이었으나 분위기는 오히려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협상장 주변에선 李장관이 무급휴직 기간과 고소.고발문제 등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재취업 보장에 강하게 반발하는 회사측의 강경 발언도 잇따랐다.

적막속에 잠긴 24일 오전 2시15분쯤 울산지방노동사무소 김부윤 (金富潤) 소장이 기자실에 뛰어들었다.

"장관이 기자회견을 할 것" 이라고 다급하게 전했다.

지난달 20일 정리해고에 반발, 노조가 농성에 들어가고 회사가 휴업한 지 35일 만에 사태가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울산 = 황선윤.김상우.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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