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휩쓴 금융위기 중남미 상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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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시아 금융위기가 러시아를 거쳐 중남미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석유 등 국제 원자재값 하락으로 재정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베네수엘라.멕시코.브라질.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각국의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대한 영향인지 아시아 위기와 지난주 러시아 모라토리엄 (지불유예) 선언에도 끄떡없었던 미.유럽 증시까지 동요하는 등 선진국들도 위기지대에 들어서고 있다.

중남미 각국의 증시폭락은 지난 21일 (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위원인 도밍고 마사 사발라가 "환율책정에 보다 융통성을 부여할 것" 이라며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시사한 뒤 촉발됐다.

카라카스 증시가 8.3%나 폭락하고 채권값도 일제히 곤두박질치자 마리차 이자기레 재무장관은 즉시 "볼리바르화를 절대 평가절하하지 않을 것" 이라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러시아에 한번 속았던 국제 금융계는 이를 믿지 않는 눈치다.

금융전문가들은 "베네수엘라 경제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재정적자 급증^물가폭등.금리급등에 따른 혼란 가중^외국투자가 이탈 등으로 인해 러시아 경제와 무척 닮은 꼴" 이라며 조만간 볼리바르화 평가절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러시아 사태가 터진 지난주에만 카라카스 증시가 20.2%나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베네수엘라의 금융위기 조짐은 이웃나라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중남미 최대의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에서 보베스파 지수는 20일 6.4%, 21일 한때 10% 이상 폭락끝에 거래중단 소동을 거쳐 하락률을 2.9%로 좁혔다.

또 아르헨티나 증시도 이날 전날보다 7.8% 폭락한 407.22에 마감됐다.

이는 95년 11월 이후 최저치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9.74를 기록, 사상 최저로 폭락했으며 주가도 3.2% 하락했다.

문제는 미국계 펀드와 투자자금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로 볼 때 국제 투자자금 이탈→주가 및 통화가치 하락→금융위기 재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양수.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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