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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 “팀에 희생하는 선수 많아야 강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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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이 대표선수 선발 기준으로 ‘화합’을 강조했다. 허 감독은 14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또 팀 플레이를 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라 해도 팀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이동국(30·전북) 등 일부 베테랑들의 대표 재발탁 여론에 대한 그의 결론이다.

◆화합은 유럽 격파의 힘=허정무 체제의 대표팀은 2002 월드컵 이후 가장 분위기가 좋은 팀으로 평가된다. 주장 박지성(28·맨유)을 정점으로 이운재(36·수원), 이영표(32·알힐랄) 등 일부 고참들의 보조 아래 젊은 선수들로 일사불란한 체제를 갖췄다. 그래서 허 감독은 합리적인 스타일의 박지성 체제를 무너뜨릴 만한 선수는 차출에 인색했다.

한동안 중용된 정성훈(30·부산), 송정현(33·전남) 등은 후배들과 격의 없이 섞이는 스타일이었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가 많을수록 강팀이다”는 것이 허 감독의 지론이다.

조직력은 유럽 팀과의 대결에서 필수 요소다. 허 감독은 “지금의 축구 수준을 놓고 볼 때 정상적인 방법으로 유럽 팀을 이기긴 힘들다. 특유의 조직력과 기동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화합과 함께 강조되는 것이 체력과 투쟁심이다. 2002 월드컵 때 한국, 유로 2004 우승팀 그리스, 2009 컨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팀 미국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허 감독의 승부수다. 그는 “약팀은 90분 내내 상대를 괴롭히며 빠른 역습이 가능해야 강팀을 잡을 수 있다. 체구는 작더라도 체력과 투쟁심이 좋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타깃형 공격수는 꼭 필요=허 감독은 공격수 중 이근호(이와타)와 박주영(모나코)의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전형적인 타깃형 공격수(타깃맨)에 대한 필요성도 절감하고 있다.

타깃맨은 적진 중앙에서 크로스나 패스를 받아 골을 노리는 공격수다. 이근호와 박주영은 좌우로 폭넓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상대의 스타일, 경기 양상에 따라 전술적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여러 타입의 공격수가 필요하다. 최근 이동국을 유심히 살피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허 감독은 “이동국은 한국축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선수다. 황선홍처럼 축구인생 말년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면서도 “잘 뽑으면 보약이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독이 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허 감독은 “이근호·박주영 외에 공격수 2명이 더 필요하다. 본선 전까지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86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포기할 뻔했지만 극적으로 참가해 축구인생을 잘 마무리했다. 노장들의 심정을 잘 안다. 하지만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인간적인 애정과 현실 사이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

장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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