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948년8월 그리고 50년]다시 가 본 그날 19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홍수 끝에 불볕 더위. 처서 (處暑) 를 나흘 앞둔 오늘 정오 현재 전국의 기온은 화씨 91도 (32℃) 로 '올들어 최고치' 라고 중앙관상대가 발표했다.

전라.경상.충청 등 삼남 지방에서는 '미증유의 수해' 로 50여만 수재민이 넋을 잃고 있는 가운데 '쇠를 녹이는' 불볕더위로 농심 (農心) 은 이제 무더위 피해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제멋대로인 날씨 탓일까. 사건.사고도 줄줄이 터져 나온다.

주요 신문들은 올해 범죄발생 건수 (남한)가 6월말 현재 '3만3천5백48건' 이며 이와 관련해 '8만2천6백9명' 을 수사, '해방후 신기록' 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큰비 피해의 윤곽이 점차 드러난다.

'농작물 피해 70억원, 인명피해 3천7백20여명, 이재민 50여만명, 미작 (米作) 피해 90만섬, 농지유실 수만 정보' 라고 농무부가 집계. 이래저래 나라 안이 어수선하다.

8.15 경축일을 전후한 피검자는 3백83명. 범죄사건 피의자의 50%가 무죄거나 경범죄로 불기소된 점이 주목된다.

미제 (未濟) 사건도 5천9백76건. '경찰은 무엇하나' 라는 국민들의 질책을 받을 만하다.

정부가 들어섰다곤 하지만 행정 각 부처가 단독건물을 쓴다는 건 엄두조차 못 낸다.

외무부는 덕수궁을 청사 사무실로 쓰기로 결정. 출발부터 삐걱거리던 정부 - 국회 관계가 다시 난기류에 휘말렸다.

국무총리 1차 지명자 이윤영을 거부했던 국회가 이번에는 초대내각 일부 장.차관의 친일 경력을 문제 삼은 것. '새 정부내 친일파 숙청을 가결 - 과연 민의를 반영' '민족정기는 죽지 안헛다' '심판대에 오르는 친일파, 위선 (우선) 정부관리부터' 등의 신문 제목들.

이승만 (李承晩) 대통령이 AP통신과의 기자회견에서 대마도 환수를 요구하고 소련과도 우호적 접근을 모색하겠다고 충격 발언. 언젠가 있게 될 한.일 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사전포석일 것이다.

영등포 공장지대는 해방 직전 생산량의 10% 아래로 내려갔고 방직 등 경공업은 '며칠 안 남어 총스톱' 을 면치 못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심각한 자재난과 전력부족이 주요인이라고. 실업자가 날로 늘고 거리에는 부랑아와 거지떼가 넘쳐난다.

이런 상황에서도 '나으리' 가 돼보겠다는 감투전쟁은 자못 치열. 시골 면장이라도 한 자리 해보려는 엽관배 (獵官輩) 들로 서울의 요릿집은 '밤마다 불야성' 이다.

그래도 나라 살림은 살림대로 꾸려가야 한다.

오늘은 정부 수립후 첫번째 정무원회의 (국무회의)가 열렸다.

이승만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기구안을 조속히 만들어 제출하고 관보 (官報) 도 만들 채비를 갖추라" 고 법제처에 지시했다.

정창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