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러시아 지불유예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러시아 곳곳에서는 17일 금융시장이 공황상태에 빠져들고 시민들은 물가폭등에 대비해 생필품 사재기로 북새통을 이뤘다.

○…러시아의 시중은행들은 빗발치는 시민들의 달러화 인출 요구로 몸살. 에호 모스크바 라디오방송은 은행들이 외화예금 계좌를 갖고 있는 시민들의 인출요구를 "상부의 지시" 라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또 외화 송금도 외환시장 마비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 한편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 IBCA (영국) 는 이날 러시아 14개 대형은행들의 장.단기 채무에 대한 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모스크바 증시의 주가지수는 모라토리엄 선언 뒤 외채부담 경감 등에 따른 낙관론이 우세, 오후 3시 현재 지난 주말보다 2.09%나 반등. 그러나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는 지난 주말보다 달러당 0.12 오른 6.43루블에 거래가 이뤄졌으나 거래액은 2천1백만달러에 불과. 반면 시내 환전소에서는 최고 9.5루블에 달러화를 거래하는 등 모라토리엄의 한파를 실감케 했다.

○…북서부 발다이에서 휴가중이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 17일 사태가 심각해지자 모스크바로 급거 귀경, 크렘린궁에서 세르게이 키리옌코 총리와 대책을 숙의. 옐친 대통령은 경제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주말까지도 자신의 귀경이 위기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고집을 부리다 마침내 크렘린궁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를 연출.

○…키리옌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환율 변동폭 확대가 루블화 평가절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 주장. 세르게이 두비닌 중앙은행 총재도 "이번 조치는 러시아 시민과 국내 생산업자를 돕기 위한 것으로 외국 투기자금들이 피해를 볼 것" 이라며 대 (對) 국민 설득작업에 나섰다.

한편 그동안 정부의 개혁법안에 반대, 임시의회 개회를 거부해온 최대 야당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 당수도 "21일부터 국가두마 (하원) 를 열어 개혁안을 처리하겠다" 고 천명.

○…중국 외교부는 17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상황이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란다" 는 성명을 발표.

중국측은 다음달 초순 옐친 대통령과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이 모스크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데다 ^엔화 약세^러시아 사태^아시아 위기 심화 등의 악재 때문에 위안 (元) 화 평가절하 압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는 눈치.

모스크바.베이징 = 김석환.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