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첫 독집낸 전 '서태지…'멤버 양현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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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우물안의 저 개구리 녀석들/피묻은 도마위에 다시 칼날을 가네" "찢어진 날개로 날아가는 저 새에게/넌 또 왜 돌을 던져" 지난달 컴백앨범을 낸 뒤 쏟아진 비판에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던 서태지측의 '답변' 인가.

'서태지의 아이들' 멤버였던 양현석이 24일 선보일 첫 독집음반에는 서태지를 비판해온 언론.평단을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곡 ( '무시' ) 이 수록돼 눈길을 끈다. " '무시' 는 우리 사회의 '서태지 죽이기' 에 대한 반격" 이라는 양현석을 만나 그 이유와 컴백의 배경을 들어봤다.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안무가로 활약한 양현석은 흑인음악에 관심이 많아 그룹해산 후 힙합듀오 '지누션' 을 제작했으며 자신의 데뷔음반도 힙합을 주조로 했다. 미국에 있는 서태지와는 자주 통화를 할만큼 각별한 사이.

- 서태지음반에 대한 비판을 '서태지 죽이기' 라고까지 할만한 근거가 있는가.

"새 음반의 수록곡이 9곡 뿐이다, 러닝타임이 짧다라는 비판이 그렇다.

그의 음반은 애초부터 짧았다. 서태지와 아이들 음반 4장중 8곡을 넘기는 게 없다. '양보다 질' 이 그의 오랜 원칙이다. 방송에 왜 안나오느냐는 비판도 우습다. 그건 '자기 음악' 을 하고싶은 가수의 선택이다.

미국.일본에는 방송은 물론 공연도 안하고 음반만으로 대중과 만나는 가수가 부지기수다. 음악에만 신경쓰니까 걸작도 많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자기 길을 가려는 음악인을 표피적인 문제로 폄하하기 바쁘다.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가 판치는 환경에서 개성있고 새로운 음악은 발을 못붙인다. '죽이기' 란 표현이 과하지 않다. "

- 서태지 음반의 '질' 은 어떤가. 서구 팝에는 흔한 수준이란 비판 말이다.

"올터너티브록을 택했으니까 연주형태가 그 장르 음악인들과 비슷한 건 당연하다. 그러나 선율과 화음은 그만의 것이다. 내가 볼땐 미국에서도 찾기 힘든 개성적인 음악이다."

- 7월 중순 서태지와 통화했다는데 국내 반응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화난 듯도 했지만 무시한다는 인상이었다. 매니어를 위해 만든 음반인데 많이 팔려 앞으로 음악하는데 자신이 생겼다고 했다. "

- 서태지에 이어 양현석씨가 컴백하는 이유는.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활동하며 춤으로는 인정을 받았다. 음악으로도 인정받고 싶어 지난 1월 혼자 컴백을 결심했다. 그 뒤 태지랑 통화했는데 그 또한 컴백의사를 밝혔다.

기왕이면 태지의 음반이 나온뒤 컴백하는 게 옳겠다는 생각에서 이제 음반을 내는 거다."

- 솔로음반은 어떤 내용인가. 서태지가 작곡해준 곡도 있다는데.

"정통힙합을 추구한 8곡짜리 음반이다. 청소년 매춘.학원폭력 등 평소 안타깝게 생각해온 문제들을 강한 힙합으로 노래했다. 타이틀곡인 '악마의 연기' 는 핵전쟁 후 세상을 그린 곡이다.

서태지가 지어준 곡은 힙합과 모던록이 섞인 '아무도 안 믿어' 인데 정직한 사람들이 승리하는 세상을 바라는 내용이다. "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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