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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4만원 이탈리아 와인, 2만원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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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EU FTA가 발효되면 유럽산 와인에 붙는 15%의 관세는 즉시 철폐된다. 와인 수입업체들은 관세 철폐로 시중의 유럽산 와인 가격이 13~15%가량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와인 이종훈 대표는 “관세 인하가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13%가량”이라며 “FTA 발효 이후 들여오는 유럽 와인은 13% 정도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별 와인이 얼마나 싸질 것인지는 수입 루트와 유통망에 따라 다르지만 와인업계는 ‘샤토 무통 로칠드 2004’가 150만원대에서 130만원대로, 22만원가량인 ‘샤토 탈보 2005’가 19만1400원 정도로 조정될 것으로 본다.

FTA가 와인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2004년 발효된 한·칠레 FTA의 경우 관세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낮아졌다. 점진적인 관세 인하였음에도 칠레 와인은 수입액 기준으로 2003년 7%였던 점유율이 지난해에 18%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국내 와인 수입은 금액으로 보면 프랑스가 1위이지만, 수입량에서는 칠레가 73만4496상자로 프랑스(60만5981상자)를 앞질렀다. 세계적으로 칠레 와인이 성장세에 있긴 했으나 국내 점유율이 폭등한 것을 보면 FTA 체결의 영향이 상당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U와의 FTA 체결은 고가 와인이나 중저가 와인시장 모두에 파급 효과가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와인나라 김지예 대리는 “비싼 와인일수록 싸지는 금액도 크기 때문에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줄어들었던 고급 와인의 소비가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동와인 관계자는 “그동안은 칠레 와인이 관세가 낮은 유일한 와인이어서 유럽산과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을 마시더라도 소비자가 만족스러워했을 수 있다”며 “EU와의 FTA를 계기로 유럽 와인도 경쟁력이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와인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전체 와인 수입액이 11% 증가하는 동안 이탈리아 와인은 23%나 성장하며 영역을 넓혀 왔다. 이탈리아 와인 중에는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고품질 와인이 많은데, 가격 인하 효과로 이 같은 와인을 접하는 소비층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칠레나 아르헨티나 와인 등 신세계 와인이 주류를 이루던 저가 와인시장에서는 스페인 와인이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신근중 와인바이어는 “유럽 통합에 따라 스페인 와인의 가격대가 다소 올라갔었는데 EU와의 FTA로 5000원대 와인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3만~4만원대의 이탈리아 와인 역시 2만원대까지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돼 소비층을 넓힐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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