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난리 끝내자]1.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최근 10년간 풍수해로 사망한 사람이 연평균 2백46명, 피해복구에 연평균 5천2백억원을 썼다.

재난이 있을 때마다 재발없는 근본대책을 다짐하지만 조금만 많은 비가 오면 수재는 되풀이된다.

지난 보름동안 전국을 강타한 릴레이 기습폭우로 이미 3백50명의 인명손실과 1조원에 가까운 재산피해가 났다.

다시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 복구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수해전 상태로 되돌려 놓는 복구라면 해마다 되풀이되는 물난리를 면하기는 어렵다.

무엇이 문제인지 근본을 바로잡아야 재난으로부터의 탈출이 가능하다.

80년대 이후 우리나라 날씨는 빗발이 굵어지고 있다.

하루 강수량 80㎜ (호우주의보 발령기준) 이상의 비가 1930년대 이전에는 연평균 2.2회, 그 후 30년은 5.3회, 80년대 이후에는 8.8회다.

갈수록 많은 비가 자주 내린다.

그런데 당국은 하천별 홍수방어능력조차 정확히 모른다.

한강의 설계강우빈도는 2백년, 중랑천은 1백년, 심천.공릉천 등 소하천은 50년, 세천 (細川) 은 20년이라지만 믿기 어렵다.

8일 8백~1천년에 한번 올 비가 내렸다는 중랑천은 넘치지 않은 게 너무 기이하다.

동부간선도로.지하철공사장 등으로 중랑천 방어능력은 설계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

설계대로라면 중랑천은 물론 수도권 하천은 이번 폭우에 모두 범람했어야 옳다.

1백년만에 한번 있는 폭우에 견딜 수 있는 강도 (降度) 로 설계됐다는 연천댐이 96년 호우에 붕괴된 후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승 (金勝) 박사는 "댐의 방어능력이 실제로는 20년 강도밖에 안됐다" 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金박사는 "충주댐도 홍수방어능력이 설계 때보다 20%나 저하됐다" 는 논문도 냈다.

우리나라 하천.댐의 홍수방어능력 산정이 이처럼 주먹구구식이다.

시공의 부정확성은 물론 80년대 이후 집중 호우추세를 반영안한 부정확한 과거 기상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설계강우량을 믿다간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일본 도쿄 (東京) 도는 1시간에 비가 1백㎜ 올 경우 ^하천.하수도가 50㎜ ^유수지.조정지 등 홍수유출억제시설이 40㎜ ^유역의 공공시설용지 등에 우수유출억제시설을 설치해 10㎜를 분담해 처리한다는 종합치수대책을 갖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치수는커녕 물 흐름을 고려하지 않는 도시개발이 성행한다.

산을 허물고 대규모 아파트를 지어 하류에선 손 쓸 새도 없게 만든다.

또 하천 주변에 주차장.도로.주택 등을 지어 침투율을 저하시키고, 흐름을 급속화시킨다.

90년 호우에 넘친 서울 성내천이 좋은 사례. 올림픽 전에는 괜찮았던 하천인데 올림픽을 계기로 하천 주변을 집중개발하며 아스팔트로 온통 메워 물의 흐름을 걷잡을 수 없이 했다.

저지대인 하천 하류지역을 먼저 개발한 후 더 개발할 땅이 없으면 상류쪽으로 옮겨간다.

그러면서 하도 (河道) 를 함께 관리하지 않는다.

상류에 사람이 늘면 하천용량도 함께 늘려야 하지만 교량설치.복개.둔치 등으로 오히려 하천의 소화능력만 떨어뜨린다.

전국 5만2천7백84㎞에 달하는 하수관은 20m마다 깨져 있고, 퇴적물이 쌓여 있다.

서울 하수관망은 간선의 경우에도 시간당 74.3㎜이상의 비에는 역류 (逆流) 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됐다.

아차산 근접 중곡동은 30분동안 비가 40㎜만 내려도 지형의 경사도가 급하고 빗물이 하수관에 도달하는 시간이 짧아 실제로는 시간당 80㎜의 강우효과가 나타나 결국은 역류할 수밖에 없다.

전국 어디나 도시하천 대부분이 이처럼 상.하류가 따로 노는 형태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하천 모두를 일관되게 관리하는데 비해 우리는 하천 등급별로 중앙.지방이 나누어 관리하며 책임을 미루는 형태다.

설계강우빈도를 하천 폭을 기준으로 차등화한 것도 문제. 요즘은 세천 주변이 더 조밀하게 개발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기준설정이다.

게다가 대부분 도시는 하상 (河床) 이 땅과 맞닿아 있다.

주택은 그러나 지하층을 적극 활용하는 형식이다.

비만 오면 하수도보다 밑에 있는 지하실에 빗물이 스며드는 걸 피할 방법이 없는 이유다.

침수우려지역 관리는 더 엉망이다.

하천구역 중 낮은 지역, 하수관 미정비지역, 제방 미축조지역 등은 홍수 때 유수지처럼 침수시켜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 곳을 성토 (盛土) 해 음식점.러브호텔 등을 허가해 줘 피해를 키운 곳이 허다하다.

음성직 전문위원, 문경란.장세정.배익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