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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투신사에 돈 홍수…하루 1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주말 만원사례 - ' 극장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요즘 투자신탁회사 일선창구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투신사 수익증권 창구에서는 시중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토요일에는 단기간 돈을 맡기려는 고객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뭉칫돈이 밀려오지만 계속되는 금리하락으로 이 돈을 굴릴 마땅한 방법이 없어 역마진이 우려되는 데다 자칫 들어온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한 달 남짓한 기간중 투신사에는 27조원의 돈이 들어왔다.

이달 들어서는 자금유입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루 최고 2조원의 돈이 몰리는 등 매일 1조원이 넘는 돈이 투신사에 들어오고 있다.

11일 현재 투신사의 총 수탁액은 모두 1백43조원. 같은 기간 급격 감소추세를 보인 은행신탁계정의 총 수탁액 1백67조원을 조만간 앞지를 전망이다.

이처럼 투신사에 돈이 몰리는 것은 우선 은행 구조조정과 예금자보호법 시행으로 예금자들이 은행 신탁계정에서 돈을 빼 투신사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기업어음 (CP) 발행제한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대폭 늘린 대기업들이 이 자금을 투신사에 맡기고 있고 종합금융회사들마저 자발어음 등으로 유치한 고객 돈을 투신사상품에 운용중이다.

투신사들의 고민은 이 돈들이 대부분 단기수익증권에 몰린다는 데 있다.

최근 금리급락으로 단기금융상품은 역마진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고객이 맡긴 단기자금의 경우 대부분 금융기관간 콜이나 CP.회사채 등에 재투자한다.

그러나 최근 금리급락에 따라 11일 현재 콜금리는 연 9%대, CP수익률은 연 11%대, 회사채수익률은 연 12%대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대한.국민 등 3대 투신사가 고객에게 제시하는 수익률은 연 11%대, 신설투신사는 연 12%에 이른다.

수익률을 따라 내리면 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최근 신설투신사들을 중심으로 투신업계의 자금유치 경쟁이 치열해 수익률을 내릴 경우 일거에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고 그럴 경우 일시적으로 고객의 환매에 응하지 못하는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기 때문. 실제 지난달 모투신운용사는 2~3일짜리 초단기수익증권의 환매가 하루에 3백억원 이상 몰려 일시적 유동성 부족사태를 겪기도 했다.

출혈경쟁이 계속되자 최근 일부 투신사들은 토요일에 몰리는 단기자금은 아예 사양하고 있다.

토요일에 맡겨지는 단기자금들은 월요일이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뜨내기 자금' 인 경우가 태반인 데다, 토요일에는 연 9%대의 콜거래외에 달리 자금운용이 불가능한 투신사로서는 최소 2~3%포인트 가량의 역마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투신사들은 확정금리상품인 신탁형펀드의 경우 최근 일제히 금리를 내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한투신은 신탁형펀드의 금리를 30일 미만의 경우 연 11%에서 9.1%로 인하했다.

한국투신도 지난 5일부터 신탁형펀드 금리를 1%포인트 내린 10%로 확정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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