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7월] 장원 한석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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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오지 않더라고요. 하루에 스무 시간씩 꼬박 석달을 고치고 다듬었습니다."

7월 시조백일장 장원작 '능내리 푸른 산빛'을 쓴 한석산(55.경기도 광주시 오포읍.사진)씨는 "장원작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칭찬이 자자했다"고 말을 건네자 선뜻 믿기 힘든 얘기를 꺼냈다.

"시조 공부를 어떻게 하고 계시느냐"고 묻자 역시 '튀는' 대답이 돌아왔다.

"독학으로 시조 공부를 하고 습작한 지 20년쯤 됐다"는 한씨는 "20년간 30편 정도밖에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시조 한 편 쓰는 데 1년쯤 걸렸고, A4 용지 한 상자씩을 소비했다고 한다.

그 느린 속도와 집념이라면 '하루 20시간씩 석달간'이 이해될 듯하다. 한씨는 "중앙시조백일장 당선작들의 수준이 거의 신춘문예와 비슷하기 때문에 이번에 응모하며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밀하게 준비했기 때문에 내심 장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차상 입상 정도는 기대했다고 한다.

한씨가 밝힌 '개인 신상'은 '장원 입상기'만큼이나 다채로웠다. 한씨가 3대째 운영하던 서울 청량리 한의원을 조카에게 넘긴 것은 3년 전. 한씨는 한의원 근처에 개인 공부방을 차려놓고 뜻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철학과 역학을 공부했고, 전국의 이름난 경치를 찾아다니며 시상을 가다듬었다.

EBS 등 방송과 사회교육원 같은 곳에서 한의사.약사.체육인 등에게 대체의학을 강의하기도 했다. 한씨는 역술인협회 정회원이며 법무부 갱생보호위원회 서울지부장도 맡고 있다.

한씨는 "정완용.윤금초.박기섭.유재영씨 등의 시조 작품을 붓글씨로 필사하다 보니 시조의 박자와 걸음걸이랄까, 율격을 알겠더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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