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선출과정에서 빚어진 여야간 마찰 때문에 공전을 거듭하던 국회에 대화의 물꼬를 트는 작은 계기가 마련됐다.
한나라당이 10일 원내총무에 박희태 (朴熺太) 의원을 선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3당 총무들은 朴총무의 당선축하 겸 상견례 형식의 만남에서 국회 차원의 재해대책위를 구성키로 했다.
재해대책위를 만들기 위해선 그동안 닫아두었던 국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첫 대면치고는 상당한 수준의 합의도출에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완전한 국회 정상화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우선 시일이 촉박하다.
한나라당은 당장 당권을 다투는 전당대회 (31일)가 닥쳐 있다.
때문에 다음주 중반 이후부터는 사실상 국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국민회의는 "총리임명동의안은 14일까지 매듭지어져야 한다" 고 강조한다.
민생현안도 그러려니와 '제2 건국' 의 장 (場) 이 될 광복절 기념식 이전에는 이 문제가 일단락돼야 한다는 것이다.
총리임명동의안 처리가 지연되는데 대한 자민련의 불만이 위험수위에 달한 것도 한 이유다.
이같은 기류는 10일 자민련 의원총회에서도 감지됐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국민회의에 대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일부 의원들은 "총리임명동의안은 金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만큼 金대통령과 국민회의가 조속한 처리에 앞장 서야 한다" 면서 "상임위원장을 1~2개 더 내주더라도 동의안은 처리돼야 한다" 고 金대통령과 국민회의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화갑 (韓和甲) 국민회의 총무가 10일 "상임위원장 배분과 총리임명동의안을 묶어 협상해야 한다는 한나라당 주장엔 동의하지만 순서는 총리임명동의안이 먼저 처리돼야 한다" 며 상임위원장 배분 협상에서 양보의 여지를 둔 것도 여권 내 이같은 사정을 반영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한나라당이 총리임명동의안 철회 뒤 재제출이라는 기존의 '명분' 보다 몇 개의 상임위원장을 더 확보하는 '실리' 쪽을 택한다면 국회정상화 시기는 의외로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러나 운영위원장 자리를 두고 협상이 난항에 봉착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그 경우 "만약 15일을 넘긴다면 한나라당 의원 빼내가기를 통해 반수를 넘긴 뒤 총리임명동의안 단독 처리라도 불사하겠다" 는 국민회의 고위당직자의 으름장도 엄포로 만은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협상력에 정상화 여부가 달려 있는 듯하다.
전당대회가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뒤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기택 (李基澤) 총재권한대행체제의 한나라당에서 朴총무가 어느 정도의 실질적인 협상력을 가지고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느냐다.
朴총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당내 요구를 어떤 식으로 담아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