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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수해 강화도 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전쟁이 나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 " 5일 밤부터 6일 새벽 사이 연중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6백㎜가 넘는 살인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바닷물마저 역류해 거대한 '수중도시' 로 변한 인천시 강화읍. 빗줄기가 가늘어진 오전 7시를 지나면서 수장 (水葬) 됐던 지붕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물이 빠져나간 뒷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아수라장이었다.

중앙시장과 연립.단독주택 등 2백여 가구가 밀집해 있는 읍내 중심지의 시장과 건물 모두 진흙탕 물로 뒤덮여 있고 허리춤까지 물이 차오른 거리엔 각종 쓰레기가 떠다니고 코를 찌르는 비릿한 악취가 진동했다.

특히 피해가 극심했던 강화군신문리 남산골지역은 흘러내린 토사와 자동차, 뿌리째 뽑힌 소나무들이 한데 뒤엉켜 '이곳이 마을이었나' 싶을 정도로 참혹했다.

인근 중앙시장에서 50년째 잡화점을 운영해온 金은애 (67) 씨는 "처음엔 별일 없겠지 싶었는데 점점 가게로 물이 스며들더니 나중엔 허리까지 물이 차올랐다" 며 "평생 강화도에서 살면서 이렇게 큰 비는 처음" 이라고 악몽의 순간을 전했다.

강화지역은 인천앞바다 썰물시간대인 이날 오전 10시3분부터 서서히 물이 빠지기 시작했으나 워낙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많은 집과 상가건물들에서 밤늦게까지 양수기.바가지 등을 이용해 물 퍼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수마가 할퀴고 간 폐허 속에서 첫날밤을 맞은 주민들은 전기는 물론 수도.가스가 끊겨 추위와 허기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

더욱이 강화읍의 식료품 가게.슈퍼 등에서 라면.우유.빵 등이 동이 나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어 고통이 더했다.

가옥피해 뿐 아니라 도로.농경지 침수피해도 엄청나 선원면관청리 일대 마을 진입로 1㎞ 가량이 논에서 넘친 빗물로 아예 보이지 않았으며 물이 빠진 일부 구간은 폭격을 맞은 듯 곳곳이 갈라졌다.

또 강화군과 김포시를 잇는 48번 국도가 이날 새벽부터 침수됐다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차량 통행이 재개됐으며 강화읍과 선원.길상면 일대 농경지 5천4백㏊의 농경지가 침수된 채 아직까지 물이 빠지지 않고 있다.

강화 = 정영진.박신홍.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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