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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산업 구조조정 배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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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자동차.반도체.철강 등 10대 산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을 보다 가속화하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와 재계가 간담회 등을 통해 조율해온 빅딜의 밑그림은 ^5대 그룹이 우선적으로 참여하되^자동차.반도체.석유화학.항공 등의 업종을 대상으로 한다는 정도였다.

그러나 5일 강봉균 (康奉均) 청와대 경제수석과 박태영 (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이 10대 산업의 구조조정론을 들고 나옴에 따라 빅딜의 범위가 한층 커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10대 산업에는 5대는 물론 30대 그룹 또는 그 이하 규모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어 앞으로 당사자간 또는 3각.4각 빅딜 등 다자간 구도로 갈 공산이 커지게 됐다.

정부가 이처럼 10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들고 나온 것은 이들 업종이 현재 과잉설비를 갖고 있거나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이들 업종중 상당수는 그동안 과잉 논란도 있었고,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이후 수요 격감으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설비가 과잉인지 여부는 세계시장 전체로 놓고 장기적 안목에서 봐야지 정부가 일괄적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IMF체제 이후 수요가 비정상적으로 격감한 상황에서 단순한 수급비교로만 설비가 과잉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고 지적했다.

지난 80년 정부 주도의 중화학 투자조정이 실패로 끝난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서두를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재계는 지난달말 정.재계 간담회 이후 불쑥 '10대 산업 구조조정론' 이 튀어나온 배경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처럼 광범위한 분야에서 빅딜 등을 압박해오면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빅딜 대상을 선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가이드라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고 주장했다.

어쨌든 정부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10대 산업 구조조정론' 을 들고 나오고 앞으로도 계속 챙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재계도 더이상 빅딜 논의를 미루기 어렵게 됐다.

재계는 미국을 방문중인 김우중 (金宇中) 전경련 회장대행이 7일 귀국하면 빅딜과 관련한 5대 그룹 총수 회동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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