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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 덕에 유령도시 면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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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무대가 됐던 미국 조지아주의 주도 애틀랜타. 여기서 남쪽으로 120여㎞ 정도 달리면 웨스트포인트라는 한적한 소도시가 나타난다. 인구 3만5000여 명인 이곳은 1980년대까지 섬유공장들이 쉴새 없이 돌아가 이 일대가 번창했다. 그러나 섬유산업이 쇠락하면서 일터를 잃은 주민들이 속속 빠져나가 웨스트포인트는 유령도시로 변하기 직전이었다. 그러던 중 한국의 기아자동차가 생산공장을 건설해 도탄에 빠졌던 이 도시가 번영의 길로 돌아섰다고 미 CNN 방송이 9일(현지시간) 소상히 보도했다.

기아차가 웨스트포인트 공장 건설의 첫 삽을 뜬 것은 2006년 10월. 올해 말까지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 건설을 목표로 2년8개월간 땀 흘려왔다. CNN은 “공장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새 일자리가 생기는 등 웨스트포인트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기아차는 이미 500명을 고용했으며 공장 가동 때까지 2000명을 더 뽑을 계획이다. 여기에다 부품공장들까지 들어서면 추가로 7500명의 일자리가 더 생겨 총 1만 명의 고용효과를 낼 걸로 기대된다.

드류 퍼거슨 웨스트포인트 시장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요즘 주민들이 농담으로 우리 동네를 ‘기아 마을(Kia-ville)’이라 부른다”며 “기아차 공장 입주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가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고 밝혔다. 실제로 M&M이란 자동차 세차장은 전년도에 비해 70% 이상 매출이 올랐다.

 이처럼 기아차 공장이 큰 고용효과를 낼 걸로 예상됐던 터라 웨스트포인트 시 당국은 4억 달러 규모의 면세 혜택을 약속하는 등 공장 유치를 위해 대폭적인 지원을 제공해 왔다. 이에 기아차는 12억 달러를 투입해 890만㎡ 규모의 소렌토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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