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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 통합 걸림돌은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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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두 도시는 사실상 한 몸이다. 같은 수돗물을 먹고, 버스·택시 등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집은 마산에 있으면서 창원의 직장을 다니거나 그 반대인 시민들이 많다. 시 경계는 지도상에 있는 선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쓰레기소각장, 공설운동장, 문예회관은 따로다. 예산 낭비를 줄이고 생활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두 도시를 합쳐야 한다는 시민들이 대다수다.

그러나 지역의 정치인·공무원에 이르면 이야기가 완연히 달라진다.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대체로 인구가 적고 재정 상태가 열악한 쪽에서 ‘통합 불가’를 외친다. 흡수 통합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청주·청원, 안양·군포·의왕, 구리·남양주 등지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행정안전부의 고위 관계자조차 “주민이 아니라 공무원이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두 도시가 하나로 합쳐질 경우 시장 한 명은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경찰서장, 소방서장, 시의회 의장도 마찬가지다. 시의원과 공무원 자리는 20% 정도 감소한다. 중복되는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각종 직능단체와 사회·친목단체도 행정구역 단위로 조직돼 있어 감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밥줄과 명예가 달린 문제여서 당사자들은 필사적이다. 자치·사회단체장이 맨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자신들의 밥그릇과 감투와 관련된 이야기는 꺼내지 않는다. 단지 “지역정서가 다르다”느니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다.

정부는 생활권이 같은 도시가 자율적으로 합치면 파격적으로 ‘당근’을 주겠다는 입장이다. 절감되는 예산을 통합도시에 모두 주고, 보통교부세도 통합 이전의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정부는 올해 안에 몇 곳이 통합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결과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정치인·공무원에 그 가족·친인척을 합치면 무시하기 힘든 숫자다. 주민투표에서 표가 결집되면 변수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들은 지역 유지로서 여론 형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피니언 리더다.

현실이 이렇다고 놔둘 수만은 없다. 시·군 통합의 기준은 어디까지나 시민이어야 한다. 시민들의 생활이 편리해지고,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

김상우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