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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내놔라” 구글 - MS 빅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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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인터넷 검색의 강자 구글과 소프트웨어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게 맞붙었다. 지난달 MS가 새로운 검색엔진 ‘빙(BING)’을 내놓으며 구글의 안마당에 뛰어든 데 이어, 구글도 MS가 독주하고 있는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7일(현지시간)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컴퓨터 OS인 ‘크롬OS’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내년 하반기에나 출시 예정이지만 외신들은 앞다퉈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구글이 아닌 다른 기업이 PC용 OS를 개발한다고 했다면 그저 하품이 나왔겠지만, 구글이 발표하니까 블로그 세계가 기절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구글이 MS에 원자탄을 투하했다”고 보도한 블로그 사이트도 있었다.

크롬OS는 프로그램 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개발할 수 있도록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전략을 선택했다.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MS 윈도를 정조준한 것이다. 구글은 넷북으로 불리는 휴대용 저가 PC에 크롬OS를 우선 탑재할 계획이다. 넷북은 ‘손바닥 안의 PC’라는 평가를 받으며 올 1분기 전체 노트북 판매의 20%를 차지했다.

◆크롬OS 뭐가 다른가=윈도는 웹이 없던 시대에 나온 만큼 웹 시대에는 새로운 OS가 있어야 한다는 게 구글의 주장이다. 크롬OS는 넷북에 맞춰 설계됐기 때문에 부팅 시간이 짧고, 가볍고 단순하게 만들어져 컴퓨터 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몇 초 안에 부팅을 끝내고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어 부팅 시간이 지겨운 인터넷 이용자의 구미에도 맞는다. 오픈소스 전략을 선택한 만큼 크롬OS가 당장 돈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구글은 크롬OS를 기반으로 더 많은 손님을 자사 검색엔진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이미 내놓은 웹 기반 소프트웨어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구글은 지난해 선보인 웹 브라우저 ‘크롬’ 사용자에게 e-메일(G메일)·워드프로세서(구글 닥스) 등 응용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새로 출시될 OS를 PC에 설치하면 인터넷에 접속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구글의 여러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MS 요새 무너질까=MS가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 225억 달러의 45%는 윈도 덕분이다. 이뿐 아니라 MS의 2위 수익원인 사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도 윈도와 연동돼 있다. 구글이 이런 MS의 아성을 파고들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제까지 크롬OS처럼 리눅스를 기반으로 OS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많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윈도는 여전히 PC OS 시장의 97%(매출액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MS의 익스플로러는 65.5%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이 나온 지 9개월이 지났지만 점유율은 1.8%에 그치고 있다. 정보기술(IT) 조사기관인 가트너의 마이크 실버 애널리스트는 “크롬OS가 당장 MS에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MS의 대응도 관심거리다. 지난 수년간 MS는 ‘킬 더 구글(Kill The Google)’을 외치며 검색엔진 개발에 주력했다. 덕분에 MS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소폭 늘었다. MS는 구글의 영토인 웹 기반 컴퓨팅을 강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여러 개의 데이터센터를 가상화 기술로 통합해 사용자에게 갖가지 소프트웨어·보안 솔루션·컴퓨팅 능력을 주문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에도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누가 승자가 될지 예상하기는 힘들지만 구글과 MS의 대접전은 IT산업의 혁신을 촉진할 것이며, 이는 불황 극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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