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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과 크라이슬러가 현대차에서 배울 점

중앙일보

입력

현대자동차가 ‘엑셀’을 1986년 미국에서 처음 선보였을 당시 가격은 대당 4995달러였다. 이는 당시 비슷한 배기량의 미국 자동차보다 1500~2000달러 정도 쌌다. 이 때문에 엑셀은 출시 첫 해 미국에서만 26만3610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엑셀을 구입한 미국인들은 이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페인트가 벗겨지고 부품이 떨어져 나가는 등 품질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소비자 잡지의 조나단 링코브 부장은 “엑셀하면 바퀴 세 개로 언덕을 오르는 장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자동차 판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기관인 JD파워가 이달 발표한 ‘2009년 신차품질조사(IQS)’를 보면 현대자동차는 혼다와 도요타를 앞질렀다. 렉서스ㆍ포르셰ㆍ캐딜락과 같은 고가 자동차의 뒤도 바짝 쫓고 있다. 올해 현대자동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3~4% 늘었다. 자동차 업계가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장률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8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가 '웃음거리'에서 '훌륭한 상품'으로 거듭났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현대자동차가 품질 보증을 위한 재투자를 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존 크라프식 미국 현대자동차 대표는 “미국인들에게 현대차의 품질이 좋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1998년 현대자동차는 품질보증기간을 '동력장치는 10년-주행거리 10만 마일(약 16만㎞)까지', '차체부분은 5년-6만 마일까지' 제시했다. 당시 일반적인 미국 자동차의 차체부문의 품질 보증기간 3만6000마일의 두 배 가까운 것이었다.

뉴스위크는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독특한 판매 전략도 소개했다. 구매자가 실직 등으로 할부금을 내지 못할 경우 차 값을 모두 환불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현대자동차는 운전자들이 1년 동안 주유 시 1갤론(약 3.8ℓ) 당 1.49달러(약 1900원)의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금을 제공하는 판매 전략까지 내놓았다.

반면 미국의 대표 자동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는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근 GM은 향후 2년 반 동안 출시할 11개의 새 모델을 선보였지만 이중 3개 브랜드는 포기해야 하고, 2000여 소매점을 닫아야할 형편이다. 크라이슬러는 유럽의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가 인수해 주기만 기다리고 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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