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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의원의 요즘 고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한화갑의원은 정치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딸깍발이의 후예' 다. 외곬이라 할 정도로 옆눈 한번 팔지않은 정치역정이 그렇고, 손해를 볼 줄 알면서도 직언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이 그렇다.

이 때문에 그는 동교동계 내부에서도 '변방' 에 서있어야 했다.

바른 소리를 일삼는 사람은 긍정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경원하는 것이 조직의 생리다. 일화 하나. 야당 낭인생활동안 부인에게서 매일 교통비를 받아 쓰던 그는 어느날 부부싸움 끝에 부인이 그냥 나가버리자 서울 발산동 셋방에서 광화문까지 걸어 출근했다고 한다. 이웃에서 돈을 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의 이런 성격은 한국정치에서는 결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더구나 타협과 협상, 유연함을 앞세워야 하는 집권당 원내총무로서는 적합지 않은 성격인지도 모른다. 그는 총무가 된 뒤 자신의 원칙주의를 합리주의로 포장했다.

요즘 그를 괴롭히는 것은 국회 후반기 원 (院) 구성과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문제다. 자민련의 국회의장과 총리 동의안을 맞바꾸는 '빅딜' 안이 나오자 그는 앞장서서 반대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장 선출 (3일) 과 총리 동의안 처리 (4일) 를 어떻게 넘기느냐는 문제는 그의 정치생명과 직결돼 있다. 동교동 실세라는 세간의 평가도 그의 처신을 어렵게 만든다.

"金대통령이 당선자 때 얘깁니다. 하루는 저를 부르시더니 '선거 운동하면서 지역에서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모금해서 썼느냐' 고 물어보십디다.

제가 '전혀 그런 일이 없으니 조사해 보십시오' 라고 말하자 안심하시는 표정이었어요. 물러나오면서 결심한 게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걱정할 행동은 아예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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