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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둘러싼 미묘한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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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와 군 사이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미묘한 시각차가 엿보인다. 군은 NLL 이남 수역을 침범당할 수 없는 사수(死守)의 대상으로 여긴다. 북한은 NLL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청와대는 상대적으로 NLL 부근에서의 충돌 가능성을 줄인 남북 함정 간 핫라인 가동을 중시한다.

해군 관계자는 26일 "보고 누락 사태의 원인을 2002년 서해교전 때 우리 장병을 사살한 북한 경비정 등산곶 684호에 대한 적개심만으론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군 합동조사단이 보고 누락의 원인 중 하나로 국회에 알린 '대북 적개심' 부분을 꼬집는 지적이다.

군사전략상 NLL은 서해 도서 주민들의 조업 및 안전과 인천 등으로 향하는 국내외 해운 물동량을 보장하는 해상 경계선이다. 반면 북한이 1999년 주장한 '해상 군사분계선'은 백령도.연평도.대청도 등 우리의 섬들을 모두 자기네 해역에 들어 있는 것으로 해놨다. 북측 주장을 인정하면 군은 서해의 서울 방어선을 대폭 내려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우리 측의 NLL을 인정하지 않는 한, 핫라인은 다소의 완충장치가 될 수 있을 뿐 근본적인 충돌방지 장치는 될 수 없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반면 지난달 핫라인 가동 등을 담은 남북 충돌 방지 합의서가 만들어지자 청와대 브리핑은 "참여정부는 경제분야 협력과 군사분야 협력의 균형 추진을 노력해 왔으며, 그 가시적 첫 성과가 이번 합의"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 합의는 정전협정 후 남북 군사당국이 이뤄낸 첫 충돌방지 조치다. 그간 "군사적 긴장완화를 추진한다"는 합의서는 많이 나왔지만 구체적인 조치가 수반된 합의는 처음이었다. 남북 함정이 국제무선공통망으로 교신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긴장완화의 상징성을 보여줄 수 있다. 지난달 29일 노무현 대통령도 서해교전 2주기 추모 연설문에서 "함포를 겨누었던 남북 함정들이 교신하며 우발적 충돌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선 '보고 누락'사건에 관해 조성된 청와대와 군의 오해는 본질적으로 NLL을 보는 이런 시각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해군 관계자는 "문제는 북한이 핫라인을 NLL을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려 할 때"라고 우려했다. 북한의 의도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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