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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남·북 기상협력 더 늦출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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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높은 산과 산맥 등으로 인해 날씨 변화가 심한 편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조들은 날씨에 관심이 매우 높았으며, 삼국시대에도 기상을 담당하는 관청이 있었다. 이러한 선현들의 예지를 이어받아 우리나라의 기상업무는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으나, 북한은 아직도 발전이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은 현재 세계기상기구 회원국으로 각종 국제회의 등에 참석하고 있으며, 일찍이 세계기상기구.중국 등 제3자를 통해 기상협력을 제의했었으나, 구체적인 상호 의견을 표명한 바는 없었다. 다만 세계기상통신망을 통해 기상자료를 3시간마다 송수신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경기 북부와 강원도 북부 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임진강과 평화의 댐 부근에 홍수가 발생할 때마다 북한과의 기상협력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돼 왔다. 기상예보 생산은 현재의 대기 상태를 분석해 앞으로의 대기변화를 예측하는 대기과학 분야로, 남북한에 있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기상요소 값들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호우.태풍.대설 등 악기상정보 생산과 홍수정보 생산에는 필수적이다.

이런 가운데 마침내 지난 7월 15일 국무조정실에서는 기상 관련 13개 부처에서 상정된 '기상재해경감 종합대책'이 확정됐다. 이 가운데 '남북한 간 기상협력사업'의 내용으로는 '남북한 간 기상협력협정 체결 추진'과 '임진강 수해방지 사업의 효율적 추진'이 있다.

기상청은 1999년 기상전용 수퍼컴퓨터(SX-5)를 도입해 현재 운영 중이며, 전지구 모델, 지역예보 모델, 태풍예보 모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제 올 10월 수퍼컴퓨터 2호기가 도입되면 현재 아날로그형 예보체계가 앞으로는 더욱 정확하고 더 자세한 예보로, 언제.어디서.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형 '디지털예보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 디지털예보 생산시스템은 남북한 육상과 해상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역을 약 3만지점(5㎞×5㎞의 격자)으로 나누어 기상실황과 예보를 생산하게 될 것이다.

선진기상 기술의 척도는 장비.인력.기술력 측면으로 나눌 수 있는데, 수퍼컴퓨터.레이더.기상위성 등 기상관측과 예측에 이용되는 첨단기상장비는 기상기술력을 높이는 데 절대적 조건이 된다.

우리나라의 기상기술력은 현재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국제기상협력을 한층 강화해 우리도 수혜국 입장에서 명실공히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기상청은 미국.독일.중국.러시아.몽골과 기상협력을 체결했으며, 지난 7월 14일에는 몽골에 PC 클러스터를 지원하고, 이를 이용한 수치예보에 대한 기술 이전 등에 관해서도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온대몬순 기후 지역으로 중위도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남쪽과 북쪽의 공기가 만나면서 불연속으로 날씨의 변화가 발생, 집중호우.태풍.대설.저온.고온 등 이상기상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약 130명의 인명피해와 1조3000억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앞으로 북한과의 기상협력이 추진된다면 북한 측 임진강 유역에 관측망을 확충하고, 현재 백령도.화천 광덕산에 설치한 기상레이더 자료와 '한국형 수치모델'등을 지원하는 한편 예보관 교류 등을 통해 남북한 간의 실시간 자료교환과 기상기술력을 향상시킬 수가 있어 기상재해의 피해도 줄여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근대기상 10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한은 이제 서로의 기상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상문화를 창출하고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기상업무 발전에 동참해야 할 때다.

안명환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