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트북 들고 학교로 … “공부가 재밌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전주용덕초등학교 강은비(6학년)양은 책가방이 없다. 대신 노트북을 들고 학교를 간다. 수업은 물론, 자습 시간에도 교과서·공책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컴퓨터 안에 모든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국어·영어·수학·사회 등 수업시간에 맞춰 컴퓨터를 클릭하면 단원별 교과 내용이 펼쳐진다.

전주 용덕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책 대신 노트북을 펼쳐놓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용덕초 제공


과학의 경우 화산을 공부할 때는 일본 후지산이 폭발하면서 불을 뿜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온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 나오는 장면은 뜨거운 느낌이 들 정도다. 잘 모르는 것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컴퓨터의 메신저를 이용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은비는 “컴퓨터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니까 공부가 훨씬 재미있고, 쉬는 시간이면 퍼즐·퀴즈 등 게임을 할 수 있어 즐겁다”며 “도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용덕초등학교는 전주시 덕진구 용정동에 있는 농촌형 학교. 전주 도심에서 김제 방향으로 자동차를 30~40분 타고 가야 하는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한 때 전교생이 1000명 이상될 정도로 큰 학교였지만 지금은 60여명에 불과하다.

이 농촌 초등학교가 최첨단 ‘디지털 학교’로 주목을 받고 있다. 책 대신 컴퓨터·인터넷을 활용해 수업을 하고, 교실이나 집 등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첨단 유비쿼터스 교육환경 시설을 갖췄다.

아이들은 자판 대신 펜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입력하는 노트북을 들고 수업한다. 영어 수업은 이어폰을 끼고 원어민 교사와 대화를 하면 음성이 그대로 저장되고 언제든 다시 들어볼 수 있다. 숙제도 노트북으로 한다. 인터넷 도서관과 연결하면 동화책·만화책도 맘대로 볼 수 있다. 매주 한번씩은 각자 집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만나는 채팅시간도 갖는다.

용덕초등학교가 디지털 학교로 변신한 것은 올해 초. 전북도교육청이 농촌학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게 계기가 됐다. 교과부로부터 1억5000만원 지원을 받아 멀티학습용 서버를 구축하고, 대형 프로젝트TV를 갖추는 한편 학생들에게는 무선 모뎀을 갖춘 노트북을 보급했다. 첨단 IT를 교육에 접목해 언제 어디서든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이 학교는 방과후 수업도 활기차게 운영한다. 주변에 학원이 없는 여건을 감안해 개설된 바이올린·댄스·미술 등 특기 적성교육에 전교생이 참여하고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되는 영어와 수학 수업도 받는다. ‘누에 기르기’ 등 감성교육도 한다. 전교생이 뽕잎을 따다 넣어주며 누에의 삶을 관찰한다. 도서실은 아이들이 뒹굴면서 책을 보는 사랑방이다. 장구애벌레·버들치 등 곤충과 물고기의 모습을 관찰하는 생태체험관도 있다.

이인기 교장은 “아이들이 눈뜨면 달려가고 싶고, 학부모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