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용덕초등학교 강은비(6학년)양은 책가방이 없다. 대신 노트북을 들고 학교를 간다. 수업은 물론, 자습 시간에도 교과서·공책을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컴퓨터 안에 모든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국어·영어·수학·사회 등 수업시간에 맞춰 컴퓨터를 클릭하면 단원별 교과 내용이 펼쳐진다.
전주 용덕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책 대신 노트북을 펼쳐놓고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용덕초 제공
과학의 경우 화산을 공부할 때는 일본 후지산이 폭발하면서 불을 뿜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온다. 시뻘건 용암이 흘러 나오는 장면은 뜨거운 느낌이 들 정도다. 잘 모르는 것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컴퓨터의 메신저를 이용해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질문하기도 한다. 은비는 “컴퓨터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니까 공부가 훨씬 재미있고, 쉬는 시간이면 퍼즐·퀴즈 등 게임을 할 수 있어 즐겁다”며 “도시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용덕초등학교는 전주시 덕진구 용정동에 있는 농촌형 학교. 전주 도심에서 김제 방향으로 자동차를 30~40분 타고 가야 하는 외곽에 자리를 잡고 있다. 한 때 전교생이 1000명 이상될 정도로 큰 학교였지만 지금은 60여명에 불과하다.
이 농촌 초등학교가 최첨단 ‘디지털 학교’로 주목을 받고 있다. 책 대신 컴퓨터·인터넷을 활용해 수업을 하고, 교실이나 집 등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첨단 유비쿼터스 교육환경 시설을 갖췄다.
아이들은 자판 대신 펜으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려 입력하는 노트북을 들고 수업한다. 영어 수업은 이어폰을 끼고 원어민 교사와 대화를 하면 음성이 그대로 저장되고 언제든 다시 들어볼 수 있다. 숙제도 노트북으로 한다. 인터넷 도서관과 연결하면 동화책·만화책도 맘대로 볼 수 있다. 매주 한번씩은 각자 집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만나는 채팅시간도 갖는다.
용덕초등학교가 디지털 학교로 변신한 것은 올해 초. 전북도교육청이 농촌학교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디지털 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게 계기가 됐다. 교과부로부터 1억5000만원 지원을 받아 멀티학습용 서버를 구축하고, 대형 프로젝트TV를 갖추는 한편 학생들에게는 무선 모뎀을 갖춘 노트북을 보급했다. 첨단 IT를 교육에 접목해 언제 어디서든 가르치고 배우는 학습환경을 구축한 것이다.
이 학교는 방과후 수업도 활기차게 운영한다. 주변에 학원이 없는 여건을 감안해 개설된 바이올린·댄스·미술 등 특기 적성교육에 전교생이 참여하고 맞춤형 교육으로 진행되는 영어와 수학 수업도 받는다. ‘누에 기르기’ 등 감성교육도 한다. 전교생이 뽕잎을 따다 넣어주며 누에의 삶을 관찰한다. 도서실은 아이들이 뒹굴면서 책을 보는 사랑방이다. 장구애벌레·버들치 등 곤충과 물고기의 모습을 관찰하는 생태체험관도 있다.
이인기 교장은 “아이들이 눈뜨면 달려가고 싶고, 학부모는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