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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하락 업계에 어떤 영향주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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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달러당 1천3백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수출계약을 체결, 다음달에만 2백만달러어치를 선적해야 하는데 환율하락으로 2억원 이상을 손해보게 됐습니다." 중견 시계업체인 로만손시계의 김기문 (金基文) 사장은 "예상치 못한 환율하락으로 큰 손해를 보게 됐다" 며 울상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활로인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의 급격한 하락으로 이미 계약한 수출 물량에 대한 환차손은 물론 하반기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협회가 최근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하반기 적정환율은 평균 1천3백80원. 자동차의 경우 1천5백30원, 타이어 1천4백30원, 경공업 제품 1천3백99원 등으로 반도체 (1천1백50원) 를 제외하고는 모두 1천3백원대는 유지돼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협 조사부 관계자는 "자동차.선박.철강.가전 등 일본과 해외시장에서 경합을 벌이는 제품들이 환율하락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다" 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극심한 내수 침체에 노사분규까지 겹쳐 가뜩이나 어려운 상태인데 환율하락이 계속되면 올 수출목표 (1백48만대) 달성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공업협회의 이동화 (李東和) 이사는 "엔화 절하로 해외시장에서 일본산 자동차에 점점 밀리고 있는 상황" 이라며 "현 추세라면 수출을 축소하거나 적자수출할 수밖에 없다" 고 우려했다.

가전제품 역시 일본 제품과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품목이 40%나 돼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밀어내기 수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석유화학 업계 역시 올 목표 (72억달러) 달성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공업협회의 박훈 (朴壎) 상무는 "수출이 축소될 경우 유화제품의 심한 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 며 "특히 주요 수요처인 자동차.전자 등의 전방산업마저 위축되면 타격이 심각할 것" 이라고 우려했다.

철강업계의 적정환율도 1천3백~1천4백원선이어서 이미 적자수출하고 있는 실정. 포철만 그런대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조선.반도체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현 환율이 지속되면 향후 조선수주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편 연초 1천3백50~1천4백원대의 환율을 토대로 사업계획을 세웠던 각 기업들은 부랴부랴 하반기 사업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최동규 (崔棟圭) 원장은 "대기업들은 그래도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갈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환율 급락에 대해 무방비 상태" 라며 "전체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수출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적정환율을 유지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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