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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주인없는 다이아몬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영국 런던의 관광명소 타워 오브 런던에 가면 주얼 하우스를 빠뜨릴 수 없다. 이곳에는 영국왕실의 진귀한 보물들이 보관돼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아프리카의 별' 이다.

5백30캐럿이나 되는 이 보석은 왕의 홀 (笏)에 장식돼 있으며, 원석 (原石) 발견자 토머스 컬리넌의 이름을 따 컬리넌 Ⅰ이라고도 부른다.

또 다른 다이아몬드인 컬리넌 Ⅱ는 왕관에 박혀 있는데 3백17캐럿이다.

컬리넌 다이아몬드는 1905년 남아프리카 트란스발 프리미어광산에서 발견됐다.

발견 당시 3천1백6캐럿이었던 원석은 영국왕 에드워드 7세에게 바쳐졌으며, 큰 보석 9개와 작은 보석 1백개로 잘려 가공됐다.

주얼 하우스에는 또 다른 명품 '코히누르 (빛의 산)' 가 소장돼 있다.

1849년 영국군이 인도 펀자브에서 전리품으로 빼앗아 빅토리아여왕에게 바친 것으로 1백6캐럿이다.

지난해 10월 엘리자베스여왕이 인도 독립 50주년을 기념해 인도를 방문했을 때 현지언론이 코히누르 반환을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생산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다.

1백10년 역사의 드 비어스사 (社)가 전세계에 유통되는 다이아몬드 원석의 80%를 공급한다.

드 비어스는 남아공 국내 6개 다이아몬드광산을 포함해 4개국에 18개 광산을 소유한 다이아몬드왕국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 가공산업은 벨기에와 이스라엘이 장악하고 있다.

벨기에 앤트워프는 세계 다이아몬드 교역량의 60%를 차지하며, 이스라엘은 매년 30억달러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수출한다.

IMF 경제위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세계 4위의 다이아몬드 소비국가로 연간 거래량만 4조원에 달했다.

그중 95%는 밀수로 들여온 것들이다.

얼마전 IMF 관리체제 극복을 위한 다이아몬드 모으기운동이 벌어지자 국제 다이아몬드 판매상들이 돈보따리를 들고 몰려와 다이아몬드를 마구잡이로 사들인 적도 있다.

지난주 부산에서 봉제공 郭모씨가 9캐럿짜리 초대형 다이아몬드를 처분하려다 적발됐다. 郭씨는 문제의 다이아몬드가 7년전 구입한 인형 속에 들어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은 郭씨가 훔친 것이거나 밀수품으로 보고 있다.

아직 내 물건이요 하고 나서는 주인도 없다.

경제위기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로서는 시가 5억원이 넘는다는 돌조각 얘기를 들으면서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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