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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광주비엔날레 '머리따로 몸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광주 비엔날레의 머리와 몸체가 따로 놀며 표류하고 있다.

2000년 열릴 제3회 광주 비엔날레를 위해 구성된 머리격의 전시기획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자마자 몸체나 다름없는 비엔날레 사무처와 충돌한 것.

이에 앞서 광주 비엔날레 이사회는 유명무실했던 1.2회 때의 조직위원회와 위원장을 대신해 지난봄 총감독제를 도입하고 전시기획위원회제를 신설했다.

이에 따라 선임된 총감독이 영상원원장인 최민씨. 그의 제청에 따라 지난 6월초 기획위원으로 문화예술계 전문가 15명 (당연직 2명 포함) 을 선정했다.

○…지난 14일과 15일 이틀간 광주에서 열렸던 전시기획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이 우선 자신들의 역할과 권한을 분명히 해달라는 요구를 하면서 충돌이 시작. 전시기획위 운영규정 제3조 (기능) 1항에 적혀있는 '전시 기획, 총괄' 이란 문구에서 '총괄' 의 의미가 어디까지냐가 문제가 됐다.

전시기획위원회는 비엔날레 성패를 위해 행사집행권이란 권한을 요구한데 반해 유태명 재단 사무국장은 '전시기획위가 전시기획은 총괄하지만 집행권은 사무국에 있다' 는 답변으로 팽팽히 맞선 것.

○…이렇게 입장이 맞서자 최민 총감독과 기획위원들은 방향을 바꿔 광주광역시장이자 비엔날레 이사장인 고재유시장에게 지난 17일 건의문을 발송. 한마디로 '총괄' 에 포함된 권한의 한계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구한 것. 최민 총감독은 건의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역할은 "1회나 2회 때처럼 자리나 지키는 한가한 일이 될 것" 이라며 "언제든지 그만둘 생각이 있다" 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엔날레 사무처는 되풀이해서 "기획위원회의 역할이 조직위원회와 달라진 것은 없다" 는 입장. 더우기 건의사항을 다룰 이사회 소집일정도 잡아놓고 있지 않아 몸통과 머리가 따로 노는 사태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윤철규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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