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업종별 경기전망]반도체·조선외엔 '먹구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반도체.조선 갬, 나머지 업종은 먹구름' 본지가 각 업종별 협회와 업계관계자.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산업경기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업종이 상반기에 이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내수는 소득 감소와 설비투자 위축 등으로 상반기보다 더 위축되고, 수출도 동남아시장 침체.원화절상과 엔저 (円底) 등으로 인해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산업연구원의 온기운 (溫基云) 동향분석실장은 "수출은 상반기보다 더 악화되고 내수는 내년에나 회복될 전망" 이라면서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실물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본다" 고 말했다.

◇자동차 = 연간 4백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가진 국내 업계의 상반기 가동률은 고작 43%.자동차공업협회는 하반기에도 내수부진이 그대로 이어지는 데다 수출도 큰 폭의 증가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올해 자동차 생산전망을 최근 2백25만대로 당초 전망치보다 20.2% 하향조정했다.

현대자동차 최종식 (崔鍾植) 이사는 "하반기에도 크게 나아질 요인은 없으나 특소세인하.보험료 경감 등에 따라 중.소형차 내수시장이 다소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철강 = 상반기중 부진한 내수를 수출로 메워왔으나 하반기에는 이마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의 감산폭도 커져 연간 생산량은 12.7% 감소가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수출단가 하락폭이 컸던 만큼 최근의 원화강세에 따라 채산성이 악화되고 일본 업체들의 공세가 드세질 것으로 보인다.

철강협회 김영길 (金榮吉) 상무는 "국내 건설경기가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출 주력시장인 동남아의 불황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내년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고 말했다.

◇반도체 = 하반기에는 3년째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와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조금씩 내려쪼일 전망. 상반기에는 주력제품인 D램 반도체의 공급 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일 양국 업계가 적극 감산에 나서며 하반기에는 공급과잉분이 해소되고 주 소비처인 PC시장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전자 = 수출단가 하락.동남아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내수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체 가동률이 60%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전자업계의 경영압박이 보다 심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박기홍 박사는 "전자산업은 전체적으로 성숙기에 접어들어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며 "주요 수출국인 동남아가 극심한 침체에 빠진 데 이어 미국도 하반기부터 경기가 수그러질 전망이어서 2~3년간 어려움이 계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조선 = 상반기 실적이나 하반기 전망 모두 쾌청하다. 1~2년전 수주물량의 수출은 물론 신규 선박수주가 쾌속 항해중. 상반기 동안 지난해보다 20.8% 늘어난 34억4천5백만달러 (4백20여만t.76척) 의 실적을 기록했던 조선업계의 수출증가세는 하반기에도 지속돼 연간 수출규모는 전년대비 12% 가량 늘어날 전망.

◇석유화학 = 최근 20% 정도 감산에 들어갔지만 시장여건이 워낙 악화돼 내수.수출 모두 '빨간 불' 이다.

최대시장인 중국 경기가 후퇴하고 있는 데다, 최근의 환율하락 역시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내수가 9% 줄어드는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은 물량기준 12.8%, 금액기준으로 7.1%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점쳤다.

◇섬유 = 당초 환율상승과 업계의 적극적인 판로 개척으로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반기 실적은 오히려 6.1% 감소했다.

섬유산업연합회 조상호 부장은 "일본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데다 미국시장 쿼터도 상반기 중 대부분 소진돼 수출감소가 불가피한 실정" 이라고 밝혔다.

이재훈.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