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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부농됐다]15.경기양평군 신찬교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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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고급 품질의 팽이버섯을 수출, 외화획득에 일조한다는데 무엇보다 긍지를 느낍니다." 전국병버섯 (팽이버섯) 생산자협회 회장 신찬교 (辛贊敎.49) 씨는 남다른 이력의 소유자다.

지난 92년까지 12년동안 서울에서 직원 10여명을 거느린 무역회사를 경영하던 그가 파산하거나 적자에 허덕이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농군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일본 시장을 상대로 무역전선을 누벼온 辛씨가 귀농을 결심한 것은 WTO (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출범되면 수출여건이 개선돼 어쭙잖은 공산품보다는 경쟁력있는 농산물이 세계시장을 파고들기가 훨씬 쉬울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90년 들어 이같은 생각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그는 안방 드나들듯 했던 일본에서 당시 인기를 누리던 팽이버섯 재배에 나서기로 작심하고 무역일을 하면서 틈틈이 귀농에 대비했다.

팽이버섯의 주산지인 나가노 (長野) 등지의 재배농가를 수시로 방문, 영농기술과 함께 사람을 익히는데 2년의 세월을 투자했다.

이같은 변신에는 서울시립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경력도 큰 작용을 했다.

辛씨가 경기도양평군강상면화양리 남한강변 3천8백평 부지에 2백50평 규모의 첨단 재배사를 갖추고 본격적인 버섯재배에 나선 것은 92년2월. 서울에서 15년동안 식품회사에 다니다 뜻을 함께 한 처남 윤창수 (尹昌洙.45) 씨로부터 부지를 제공받아 동업에 나섰다.

초기 시설비와 운영자금은 무역회사를 처분해 마련한 2억원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그는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부닥쳤다. 팽이버섯 첨단재배사 조성과 관련한 축적된 정보가 국내에는 태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없이 일본에서 배운 기술에다 평소 교분을 나누었던 일본인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자신이 직접 설계에 나서 크린룸 (종균접종실).배양실.발아실.생육실등이 갖춰진 재배사와 실험연구실을 만들었다. 이 시설들은 모두 자동으로 온도 및 습도.환기등이 조절되는 시설이다.

가까스로 시설을 마련하긴 했지만 농사가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다. 시작후 2번째 수확할 때까지는 실패가 거듭됐다. 정상생육기간인 2개월의 곱절인 3~4개월만에 수확을 한데다 품질도 도저히 내다팔 수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하지만 밤을 새워가며 연구를 거듭하고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노력을 쏟은 결과 그 해 연말에는 6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辛씨는 이듬해 재배사를 2백평 늘려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매년 조금씩 재배사 규모를 늘려나가 이제는 총 1천2백평의 재배사에서 연간 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기업농으로 자리잡았다.

辛씨가 팽이버섯농가중 처음으로 수출에 나선 것은 95년부터. 재배농가가 급증하면서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지체없이 수출시장 개척에 나서 그 해 캐나다로 2t을 처녀 수출, 1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어 그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국 FDA (식품의약국) 로부터 품질인증을 받아 미국시장 마저 수출의 물꼬를 트기 시작, 96.97년에는 3만달러씩을 수출했다.

올해도 10만달러를 수출할 예정이지만 항공운송비가 크게 올라 수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IMF한파가 시작되면서 톱밥등의 원자재비가 오르고 소비시장마저 위축되는 바람에 올해는 지난해보다 37.5% 줄어든 5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병버섯을 국내 최초로 대량 수출하기 시작한 공로 등으로 지난해11월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앞으로 팽이버섯 수출시장을 폭넓게 개척하고 상품의 부가가치 및 보존성을 높여가기 위해 염장버섯통조림등의 가공식품 개발은 물론 신품종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辛씨는 "미국시장과 인접한 캐나다 이민 희망자들의 경우 팽이버섯 농사를 배워 집단으로 이주하는 방안을 권하고 싶다" 고 말했다.

0338 - 71 - 2025

전익진 기자

<이것이 성공비결>

◇부단히 연구하라 = 조그만 병에서 키우는 팽이버섯 재배는 단위면적당 생산성이 사업성패와 직결된다.

이를 위해서는 부단한 연구개발이외에 따로 왕도 (王道) 란 있을 수없다.

◇수출시장을 개척하라 = 미국과 유럽이란 거대한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만 매달리지말고 품질로 승부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신용은 재산이다 =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하는 등 신용을 잃으면 장기적인 장사는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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