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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새 이사장 정련 스님 “조계종단과 화합하는 모습 보여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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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어찌 보면 드라마틱한 만남이었다. 6일 오전 11시 동국대 신임 이사장이 된 정련(定鍊·67·사진) 스님이 서울 견지동의 조계종 총무원을 찾았다.

조계종단에서 동국대는 ‘야당’을, 총무원은 ‘여당’을 상징한다. 정련 스님은 ‘야당 후보’로 2005년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에서 현 총무원장인 지관 스님과 맞붙어 패한 적이 있다. 4년이 흘렀다. 지관 스님은 10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고, 정련 스님은 새롭게 동국대 이사장이 됐다. 두 사람은 총무원장실에서 손을 맞잡았다.

이날 인사동에서 만난 정련 스님은 “오늘 총무원을 찾아가 총무원장 스님을 뵙고 좋은 말씀을 나누었다”며 “총무원과 동국대가 더 이상 따로따로 돌아가선 곤란하다. 종단이 잘 되면 동국대가 잘 되고, 동국대가 잘 되면 종단이 잘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에게 21일 이사장 취임식에 와주십사 하고 초청도 했다.

지난 10여 년간 동국대의 입학식이나 학위 수여식에 총무원장이 참석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총무원과 동국대의 관계가 소원했다는 얘기다.

그동안 계파 간 갈등으로 시끄럽던 동국대 이사회에 대해서도 정련 스님은 “이사회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으로는 종단의 이해 관계에 따라 이사회가 쪼개지고, 다투는 모습이 없을 거다. 위에서 화합하면 밑에서도 화합하게 된다.”정련 스님은 3일 합천 해인사의 방장실을 찾아가 종정 법전 스님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종정 스님 첫 말씀이 ‘학교 발전’과 ‘화합’이었다. 학교의 발전이 불교의 발전이 되도록 하라고 하셨다. 또 화합하지 않는 세속의 모습을 보이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총무원에서 추진 중인 ‘자연공원법 개정’에 대해서도 찬성했다. “사찰이 국립공원법 등에 묶여 있어서 불편한 점이 무척 많다. 부산 범어사에선 화장실을 지으면서도 문제를 겪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검토가 필요하다.”

부산과 거제에서 정련 스님은 ‘불교 복지 포교의 대명사’로 꼽힌다. 천막 법당으로 시작해, 지금은 부산에서 가장 활발한 사회복지 포교를 벌이고 있다. 노인 및 장애인을 위한 시설과 병원도 운영한다. 정련 스님은 부산 내원정사 뒷산에 39년간 나무를 심고 있다. 지금은 숱한 과실수로 숲을 이루었다. “나무는 거짓말을 안 한다. 땅도 거짓말을 안 한다. 동국대 이사장직도 그런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글·사진=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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