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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천준교수]암치료 유전자요법 미국특허 획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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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전자요법은 첨단의학이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 유전자 조작으로 난치병을 치료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체질마저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유전자요법의 미국특허를 획득한 고려대의대 안암병원 천준 (千駿.39.비뇨기과) 교수는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그가 특허를 인정받은 부분은 오스테오칼신 유전자촉진체란 암세포 식별장치의 고안.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폭탄 (자살유전자) 과 그것을 암세포까지 운반할 수 있는 차량 (아데노바이러스) 은 이미 개발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폭탄이 터질 때 다른 정상세포도 심하게 다친다는 것이었지요. " 그는 여기에 착안, 암세포만 골라 죽일 수 있는 방법에 매달렸다.

"수술론 암치료에 한계가 있음을 절감한 까닭이었죠. 그래서 95년 7월 전립선암의 유전자치료연구로 유명한 버지니아의대를 찾았습니다.

의대 교수 임용후 '통과의례' 와 같은 연수과정이었지만 저는 여기에 제 자신을 걸어보기로 했죠. " 그래서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미국 생활을 가족과 함께 하지 않고 홀로 갔다.

오전5시30분 도서관 개관시간에 맞춰 들어가 자정10분전 문을 닫는다는 안내방송이 나올 때까지 관련최신저널들을 뒤지고 새벽 서너시까지 암세포 배양배지와 씨름하며 실험실에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행운도 있었다. 전립선암 유전자치료의 핫이슈인 오스테오칼신 촉진체연구의 권위자 릴랜드 청박사의 실험실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 동료 연구진이 미국인에게 흔한 전립선암에만 매달릴 때 드문 암으로 분류되어 연구가치가 떨어지는 골육종을 연구대상으로 삼은 것도 적중했다.

전립선암이 실패를 거듭할 때 골육종은 유전자치료 1주일만에 거의 모든 암세포가 죽어 없어지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던 것. 96년 7월 불과 3개월 차이로 오스테오칼신 촉진체를 이용한 골육종의 유전자치료분야에서 일본 도쿄대의대를 따돌리고 미국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그해 10월 암연구분야의 권위지 '캔서리서치' 에 그의 논문이 게재되기에 이르렀다.

그의 유전자치료법은 암치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위암.간암 등 한국인에게 흔한 암은 이번 유전자치료법의 대상이 아닙니다.

오스테오칼신이란 골생성물질을 분비하는 골육종과 전립선암 등 일부 암에서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요. " 이중 수년내에 현실적으로 국내 암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암은 암세포가 폐로 전이된 말기 골육종뿐이다.

전립선암과 일부 폐암.뇌종양도 있지만 이들 암은 공동특허권자인 미국 버지니아대학 연구진이 임상시험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학자론 최초로 미국특허를 따내는데 성공한 그의 유전자치료법이 직접 환자치료에 쓰이거나 치료제로 활용되면 버지니아대와 공동으로 특허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특허출원은 하지 않았다. 미국과 달리 국내 특허법은 공익차원에서 치료법의 개발에 대해 특허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 그는 보건복지부의 허가가 내려지는 대로 말기 골육종환자 9명을 선정,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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