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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김정운 후계 확정 뒤엔 경호원 없이 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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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수년 전부터 자신을 ‘떠돌이’ ‘방랑자’라고 부른다고 한다. 후계자 문제에서 일찌감치 동생들에게 밀리면서 돌아갈 곳 없는 자신의 신세를 간접 표현한 말이라는 게 그를 만나본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는 주로 마카오와 베이징을 오가며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는 데, 마카오 생활은 호화롭다. 마카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는 지난 3년 동안 마카오에 집을 두 채나 더 샀다. 1990년대부터 살던 타이파 섬 해변가 빌라에는 요즘 거의 거주하지 않고, 주말 별장으로만 이용한다. 대신 마카오 항구 근처에 있는 330㎡(100여 평)의 아파트에서 그의 부인·아들(14)과 함께 산다. 한 소식통은 “아파트 한 층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머지 한 채는 마카오 시내에 있는데 가끔씩 찾는다. 김정남이 집을 옮겨 다니는 이유는 자신보다 부인과 아들의 신변 안전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지인들을 만나면 포도주를 즐기는데, 보통 한 병에 3000~6000홍콩달러(49만1000원~98만2000원) 하는 프랑스 와인을 자주 마신다. 현지 한국 교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내는데 정치 얘기를 하면 더 이상 대화하지 않는 원칙을 지킨다. 평소 여성 경호원이 수행을 했지만, 동생 김정운이 후계자로 확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는 경호원 없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의 얘기다.

2006년 이전에는 자신의 고모부이자 후원자로 알려진 장성택(현 국방위원)과 함께 마카오를 찾는 경우도 많았다. 김정남은 한식과 일식을 즐긴다. 한식당을 찾을 경우엔 갈비와 소주를 좋아한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에는 한식당을 거의 찾지 않는다. 카페도 가끔 찾는데, 매너가 세련돼 종업원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한 한국인 여성 종업원은 “매너가 너무 신사적이어서 김정남이 아닌 줄 알았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의 부인은 북한 연예인 출신으로 빼어난 미모에 명품족으로 알려져 있다. 마카오의 북한 소식통은 “아들과 함께 있는 부인을 본 적이 있는데 온몸에 프라다와 구찌 등 세계 최고의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마카오=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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