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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커버스토리] 산부인과 다시 태어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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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곡동의 한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고 입원 중인 산모가 샴푸서비스를 받고 있다. [강정현 기자]


올 초 늦은 결혼을 한 김모(32·서울 서초구)씨. 지난 4월 방광염 치료제를 복용한 뒤 임신 사실을 알았다. 불안해진 김씨는 인터넷에서 약물정보를 검색했다. 내용을 보고 그녀는 경악했다. 쥐 실험에서 유산을 할 정도로 가임여성에게는 금기 약물이라는 것이다. 낙태를 심각하게 고려할 때쯤 우연히 제일병원에서 운영하는 ‘마더 리스크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무료 전화상담을 통해 그녀는 약물 투여 시기가 수정란 착상 전에 이뤄졌을 뿐 아니라 두 약물 모두 기형 유발물질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고위험 산모 클리닉에 자궁 안 태아 치료

산전 검사 중 태아의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안 오모(34·서울 관악구)씨. 아기의 대동맥과 폐동맥이 바뀌어 출생 후 응급처치를 하지 않으면 저산소증에 빠져 사망할 수 있는 질환이다. 병원은 소아심장 전문의와 신생아 전문의, 흉부외과 전문의를 총동원해 태아관리부터 출산 후 심장수술을 함으로써 아이를 살려냈다. 고위험 산모를 위한 맞춤형 클리닉 덕분이다.

대학병원을 비롯한 산부인과 전문병원엔 다양한 클리닉이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제일병원의 경우 유전질환, 선천성 기형, 고령 임신, 쌍태임신, 조기진통 클리닉 등 20여 개의 맞춤형 클리닉을 운영한다.

자궁 내 태아 치료도 가능하다. 태아의 폐에 물이 차 있거나 방광 출구가 막혔을 때 스텐트라는 관을 삽입해 물을 빼주는 시술을 한다.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가 청소년과 미혼여성을 겨냥한 클리닉의 등장이다. ‘사춘기 클리닉’ ‘청소년 미혼여성 클리닉’ ‘소녀들의 산부인과’가 그곳. 대상은 10대에서부터 결혼 전 여성. 생리통·무월경·생리불순·피임 등 건강 문제를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산부인과 가기를 꺼리는 세대다.

2002년 국내 첫 ‘소녀들의 산부인과’를 개설한 강남차병원 홈페이지(www.teenchacares.com)에는 하루 150여 명이 방문한다. 학업에 대한 부담,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생리 이상이 잦은 여학생은 물론 성에 대한 지식을 얻기 위해 들어오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미혼여성클리닉 최두석 교수는 “과거엔 부끄럽다고 병원 방문을 미뤄 초기 증상이 불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며 “요즘엔 비슷한 연령대가 모여 진료를 받기 때문에 혼자서도 잘 찾아온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에 폐경여성을 위한 갱년기 클리닉이 생긴 지는 오래됐다. 여기에 요즘엔 노화방지 클리닉, 웰빙 클리닉도 생겨났다. 최근엔 갱년기 남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어 노부부가 손잡고 산부인과 갱년기 클리닉을 찾는 것도 낯설지 않다.

가정 방문해 신생아 건강상식 알려주기도

산부인과는 여성들이 관심을 갖는 각종 정보를 주고받기도 하는 커뮤니티의 광장으로 활용된다. 삼성여성병원은 유기농 면을 이용한 아기용품 만들기 강좌를 실시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친환경 원단을 이용해 손수건·딸랑이·배냇저고리·짱구베개·탯줄보관함 등 아기용품을 엄마가 직접 만들어주는 강좌다. 산후 탈모 증상, 이유식 특강 등 산전·산후 산모가 관심을 갖는 특강도 한다.

산모-키즈 요가 교실도 인기다. 출산 전이나 출산 후 비만을 해소할 목적으로 개설한 요가교실이 최근엔 자녀까지 참여하는 산모-키즈 요가교실로 확대된 것이다.

김포의 나리병원 산부인과는 건물에 갤러리를 만들고, 모유 수유 사진전을 상시 열고 있다. 모유 수유 교육전문가를 채용해 매주 월요일 전문가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연예인을 동원하기도 한다. 더와이즈황병원은 개그맨 이수근씨를 초청, 출산과 육아에 관한 아빠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후 관리를 철저히 해 산모의 환심을 사기도 한다. 제일병원은 산후 비만 개선을 위한 영양상담 클리닉, 체형을 바로잡는 골반통 클리닉, 산욕기 요실금 클리닉, 켈로이드 피부 클리닉, 산후 우울증 클리닉 등 다양한 클리닉을 운용하고 있다.

산모가 퇴원한 뒤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도우미 서비스를 해주는 곳도 있다. 마리나산부인과는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 영유아 건강상식과 응급상황 대처 요령, 수유를 위한 가슴 마사지 등 초보 엄마의 고민을 덜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종관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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