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T '국회의장 자유투표제'수용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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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이 국회의장 자유투표제를 전격 수용함에 따라 '식물국회' 가 긴 잠에서 깨어날 듯하다. 제15대 국회는 지난 5월29일 만료됐으나 여야간 대결로 의장선출 등 원 구성조차 못했다.

현재는 한나라당이 단독소집한 제194회 임시국회 (23일까지)가 열리고 있지만 여당의 외면으로 아무 기능을 못하는 상태다.

아무튼 공동정권 수뇌부인 DJT (김대중 - 김종필 - 박태준)가 한나라당이 허를 찌르듯 제안했던 자유투표제를 받아들임에 따라 국회정상화의 공은 한나라당으로 넘어갔다.

당장 한나라당은 환영한다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이다.

한나라당은 일단 'JP서리 임명동의안' 을 여당이 철회하고 다시 제안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상황을 읽는 중이다.

때문에 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아직 몇 고비 더 남아 있으나 여론의 부담 등으로 정상화를 그르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18일 청와대 DJT 회동에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여권으로선 받기 어려웠던 자유투표제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은 더 이상 경색국회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21일 재.보선이 끝나면 야당과의 수 (數) 싸움에서도 밀릴 이유가 없는 만큼 미룰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음 직하다.

여권으로선 오히려 서둘러야 할 형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서리의 유럽방문 귀국보고 형식으로 있은 회동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대통령이 국회문제 해결을 위해 마음먹고 내린 결단인 것 같다" 고 생색을 냈다.

특히 자민련측은 무엇보다 'JP문제' 가 깨끗하게 처리될 것을 기대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권은 당권경쟁을 앞두고 계파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한나라당 사정상 국회의장 단일후보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국회의장 선거 표 대결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계산한다.

한나라당 일부세력이 후보단일화 실패의 후유증으로 표 이탈 현상을 보일 가능성이 농후한 데다 재.보궐선거 후 일부 의원의 탈당까지 겹치면 '자력에 의한 여권의장 확보' 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여권의 회심의 카드는 그러나 한나라당측이 단일후보 결정에 성공하고 지난 2월 총리임명 동의안 처리 때처럼 표 단속에 성공할 경우 엄청난 패착이 될 수도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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