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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원,조세형에 배웠나…범죄수법.탈출등 비슷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16일 경찰관과의 격투끝에 달아나면서 탈옥수 신창원이 남긴 수기와 각종 물건을 통해 申의 도피중 행각이 상당 부분 드러나고 있다.

申이 버리고 간 승용차와 가방 안에서는 거액의 현금 등이 발견돼 절도행각을 계속해온 것으로 밝혀져 경찰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들 물품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특히 그의 최근 범행수법이 대도 (大盜) 조세형 (趙世衡) 을 빼어닮은 것으로 드러나 화제다.

탈출극을 벌였고 수기나 재판을 통해 교도행정을 비판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범죄자였다.

趙씨가 상습절도죄로 투옥된 반면 申은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그러나 申이 탈옥후 18개월간 벌여온 범행을 보면 趙씨를 닮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강도보다 절도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를 할 수도 있으나 지금까지 申의 강도행위가 신고된 적은 없다.

이는 자신의 얼굴이 널리 알려진 상태에서 함부로 강도를 할 경우 즉각 신고되고 단서가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절도 대상을 부유층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닮은 점이다.

申이 이번에 남긴 물건 중에는 8백60만원이나 되는 현금 다발과 6천9백달러의 미화.구찌 손목시계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그동안 수차례 도피과정에서도 고급승용차와 함께 거액의 도피자금이 발견됐다.

이번에 버리고 간 다이너스티 승용차도 서울성북구성북동에서 훔친 것이고 운전면허증들도 강남 대형아파트에서 훔친 것으로 드러나 그의 절도무대는 趙씨와 마찬가지로 부유층 동네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수기에서 "70평 이상의 부잣집만을 털었다" 고 밝히고 있다.

이는 부유층들이 신고를 꺼리는데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훔칠 수 있어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한가지 申의 절도솜씨가 趙씨를 뺨칠 정도라는 점이다.

申은 한밤중에 가족들이 잠자고 있는 아파트 8층에 침입해 운전면허증만 훔치는가 하면 4층 다가구주택에서 신분증이 든 지갑만을 살짝 가지고 나왔다.

피해자들은 자고 일어나서야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알았다.

申은 절도행각을 계속하면서 스스로 趙씨를 의식했던 것 같다.

그의 수기와 메모중 "훔친 돈으로 소년소녀가장을 도왔다.

어떤 이들이 나를 '의적' 이라고 하는데 그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정당하게 번 돈이어야 한다" 는 부분이 그같은 추측을 가능케 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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