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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心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1호 11면

구례에 있는 친구 집에 가다가 우연히 본 풍경입니다.
저쪽에 굴삭기도 있는 것을 보니
무슨 공사를 하려고 황토 흙을 퍼다 놓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퍼다 놓은 흙무더기에 두둑을 만들어
고구마 순을 심었습니다. 흙이나 땅이 놀고 있는 것을
눈 뜨고 못 보는 게 농촌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의 땅을 아끼는 마음은 놀랍습니다.
저도 밭에서 일하다 보면 가끔 동네 어른들한테 혼나기도 합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저쪽 땅은 왜 놀려, 거기다 토란 심으면 되겠네.’
‘아 여기 풀 베고 뭐라도 심지, 여기는 흙살이 좋은데.’
게으르거나, 귀찮거나, 힘들거나, 때를 놓쳐
대충 내버려 둔 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한 말씀 합니다.
가볍게 웃는 얼굴로 지나치시며 뼛속에서 나온 말씀을 하십니다.
도시와 농촌의 차이는 인정하더라도
땅을 자본의 가치로만 보지 않습니다.
생명의 가치로 땅을 대하는 이분들의 마음은 참 깊습니다.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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