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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개발·투자, 기지개 켠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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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26면

국민연금이 2일 사들이겠다고 밝힌 일본 도쿄의 4600억원대 오피스빌딩(KDX Toyosu Grandsquare).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분을 끝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해외 투자 규모가 확 줄어들어 발표할 게 없었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해외 투자 알선업계에서는 외환위기설까지 제기돼 해외 부동산 취득 자체를 죄악시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발표 중단의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경제위기로 겨울잠 10개월

해외 부동산 투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4, 5월까지 동면 상태나 다름없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급격히 줄어들어 매달 10여 건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서 짓는 아파트나 리조트 분양도 거의 중단됐다. 금리 상승, 환차손 위험 등으로 수지를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화로 분양하는 경우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환손실은 고스란히 개발업체 몫이다. 업체들은 환율이 떨어지고 공포 분위기가 진정되길 기다렸다.

베트남과 괌·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활동을 다시 시작한 것은 지난달이다. 업체들은 방치했던 사업장의 공사와 분양을 재개했다. 눈길을 끄는 곳은 한일건설이 미국령 괌에 짓고 있는 ‘베라체괌-에메랄드 오션뷰 파크’다. 아파트 260가구와 빌라 20가구로 구성돼 있다. 분양가는 3.3㎡당 1200만원대다. 한일건설은 오키나와 미군 기지가 괌으로 이전할 경우 임대 수익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벽산건설은 베트남 호찌민시에 ‘블루밍파크’ 2차분을 분양하고 있다. 블루밍파크는 호찌민 인근 신도시에 위치하며 지하 1층~지상 28층, 95~184㎡ 7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지난해 실시한 1차 분양에서는 인기를 끌었으나 2차는 금융위기와 베트남 경기 침체로 고전했다. 벽산건설은 이달 중순 베트남 중부 지방 다낭에 건설하고 있는 37층 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블루밍 타워’ 견본주택도 공개할 예정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현지 건설업체인 IJM이 페낭에 위치한 고급 주택인 ‘펠레젠시’를 분양하고 있다. 지하 3층~지상 35층 2개 동 574가구 규모로 분양가는 3.3㎡당 800만~850만원대다. 필리핀스위트빌은 금융위기로 차질을 빚은 필리핀 앙헬레스 지역 빌리지 분양에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이 떨어지면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분양 대행사들이 호주 골드코스트 리틀비치, 캄보디아 프놈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지역의 주택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떨어진 데다 8, 9월 새 학기를 앞두고 있어 미국과 캐나다 주택을 유학 자녀용으로 매입하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루티즈코리아 조재한 팀장은 “미국 집값이 반등한다면 지금 투자하더라도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 위험을 만회할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미국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고 원화가치가 좀 더 회복될 수 있으므로 매입 시기를 여유 있게 저울질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상업용 부동산을 취득하는 사례도 잇따라 나왔다. 금호종합금융이 1억5500만 달러에 미국 뉴욕의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본사 건물 매입을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은 2일 4600억원 규모의 일본 도쿄 소재 10층짜리 오피스빌딩을 사모투자펀드 칼라일과 공동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수익성을 가늠하는 잣대인 예상 내부수익률(IRR)은 11%대다. 국민연금 강영구 차장은 “미국·영국·프랑스 등 값이 떨어진 선진 시장 위주로 상업용 부동산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생명보험사와 일부 연·기금도 해외 부동산 취득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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