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칼로리 나쁜 칼로리, 구별해 먹어라

중앙선데이

입력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1. 51세의 회사원 이모씨. 몇 년째 아침식사는 안 하고 점심은 주로 직원식당에서 먹는다. 간식도 거의 하지 않는다. 다만 술과 친구를 좋아해 저녁 술자리가 잦은 편. 일주일에 3~4일은 술을 마시는데, 소주 2병 정도에 삼겹살 안주 등을 자주 먹게 된다. 이씨의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은 3450㎉, 당질:단백질:지방 섭취 비율은 41.8%: 17.1%:41.1%였다. 키 1m69.7cm인 이씨의 현재 몸무게는 80.3kg.

#2. 46세의 전업주부 유모씨. 아침엔 중3과 고2인 자녀들이 등교한 후 밥 2/3공기와 아이들에게 차려줬던 반찬을 먹는다. 점심은 혼자 빵·과일·떡 등으로 대충 때우고, 오후엔 이웃 주부들과 어울리며 빵·감자·옥수수 등의 간식을 좀 먹는다. 저녁식사는 아이들이 먹을 때 조금씩 거들거나 남긴 음식을 먹고, 아이들 야참을 챙겨주며 집어먹을 때가 있다. 유씨의 하루 열량 섭취량은 2100㎉, 당질:단백질:지방 섭취 비율은 58.9%:13.3%:27.8%였다. 키 1m58.6cm인 유씨의 현재 몸무게는 72.9kg.

이씨와 유씨, 둘 다 비만이다. 비만은 당뇨병·심혈관계질환·암 등 각종 질환의 위험요인이므로 체중조절이 필요하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비만 치료시에는 1200~1500㎉ 정도로 칼로리 섭취를 제한한다. 총 칼로리 중 당질 비율은 50~60%, 지방은 2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 .

그런데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은 별로 많이 먹는 편이 아닌데 살이 찐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그럴까. 가만히 살펴보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일 뿐, 둘 다 술이나 간식 등을 통한 칼로리 섭취가 상당했다. 또 음식 섭취량을 줄여 체중감량을 했지만 곧 다시 살이 찌거나 건강을 해치는 이들도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건강과 체중감량,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다음 사항들을 명심하자.

자신의 식습관부터 정확히 파악하라
자신이 하루종일 어느 정도 음식물을 먹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그나마 세끼 식사 내용은 비교적 잘 기억하지만 중간중간 먹은 것들은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데 식후·휴식·회의 때 마시는 커피·주스·드링크류로만 500㎉를 섭취할 수 있고(참고: 라면 1개=약 500㎉), 살찔까 봐 밥 대신 먹은 과일 칼로리가 한끼 식사분에 버금가기도 한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살을 빼려면 평소 무엇 때문에 칼로리 섭취가 많아지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즉 ▶식사량과 간식량이 모두 많은지 ▶세끼 식사량이 많고 간식량은 적은지 ▶식사량은 많지 않지만 간식 및 음료수 섭취가 많은지 ▶외식을 통한 칼로리 섭취가 많은지 ▶지방 혹은 당질 음식 섭취가 많은지 ▶음주를 통한 칼로리 섭취가 많은지 등으로 자신의 식습관을 분석해 보자.

평소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솔직하게 ‘식사일기’를 적어보면 도움이 된다. 식사일기에는 ▶시간 ▶장소 ▶음식·음료 종류 및 양 ▶재료 ▶배고픈 정도(배고프지 않았음, 약간 배고팠음, 매우 배고팠음) ▶식사 시 상황(누가 함께 있었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분 등을 기록하면 된다. 정확히 문제점을 파악하려면 먹는 즉시 빠뜨리지 말고 기록하도록 유의해야 한다. 식사일기는 체중조절이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일주일에 사흘가량(평일 이틀, 주말 하루) 꾸준히 써보는게 좋다.

어떤 문제점부터 고칠지 결정하라
자신의 식습관을 정확히 파악했다면, 가장 큰 문제점이 뭔지 생각해 그것부터 고쳐 보자. 이를테면 식사량과 간식량이 모두 많은 사람은 전체적인 음식물 섭취를 줄이되, 간식량을 우선적으로 조절하는 게 좋다. 또 간식은 적게 먹지만 식사량이 많은 사람은 우선 밥 등 당질 식품의 섭취가 많아지지 않도록 하고, 제한된 칼로리 내에서 포만감을 늘릴 수 있도록 식사를 천천히 하거나 익힌 채소반찬을 많이 먹어야 한다. 반대로 간식이나 음료 섭취가 많은 사람은 세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도록 해서 간식량을 줄인다든지, 음료수를 녹차·블랙커피 등 당분이 없는 것으로 바꾸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또 외식을 통한 칼로리 섭취가 많다면 세트 메뉴의 이용을 자제한다든지, 채소류부터 먹기 시작해 칼로리를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 지방 혹은 당질 섭취가 많은 경우엔 이를 적절한 대체식품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다.

단백질 늘리고 지방·당 줄여야
체중조절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 게 음식의 칼로리다. 인터넷이나 각종 매체를 통해 음식별 칼로리 함량표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1인분 양이 표준화돼 있지 않고 집마다 양념 사용에 차이가 커 같은 음식이라고 해도 칼로리나 영양소 함량이 제각각이다. 따라서 칼로리 함량표는 참고자료로만 이용하도록 한다.

또 단순히 칼로리가 적다고 해서 체중감량에 좋은 식사라고 하기는 어렵다. 이를테면 채소는 적은 칼로리로도 포만감을 주고 식사량이 감소하면서 생기기 쉬운 변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이 분명하지만, 무조건 채식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질 좋은 단백질을 적당량 섭취해야만 근육·면역체 등이 합성·유지될 수 있다. 근육량이 적으면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해 같은 양을 먹어도 더 쉽게 살이 찐다.

대사증후군에 시달릴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칼로리 섭취가 줄면 우리 몸은 체단백을 분해해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이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살을 빼려면 칼로리 섭취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좋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칼로리 음식이란 ▶단백질 공급원이 포함되고 ▶기름진 음식이 많지 않고 ▶포화지방·트랜스지방이 적으며 ▶설탕·꿀·잼·과당 등 단순당이 적고 ▶양념이나 소스가 많지 않고 ▶채소와 해조류가 충분히 포함된 음식이다.

김은미 대한영양사협회 홍보위원 강북삼성병원 영양실 실장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